한국일보>

김정원 기자

등록 : 2017.04.21 20:23
수정 : 2017.04.21 20:23

‘저항의 돌’은커녕 ‘인간방패’로 전락한 카슈미르 주민들

[세계 분쟁지역]

등록 : 2017.04.21 20:23
수정 : 2017.04.21 20:23

카슈미르 주도 스리나가르의 주민 파룩 아흐마드 다르가 9일 인도 군인의 군용차 앞에 묶여 있다. 유튜브 캡처

지난 9일(현지시간) 인도와 파키스탄 분쟁지역인 인도 잠무카슈미르(이하 카슈미르) 주도 스리나가르에서는 주의회 보궐선거가 진행됐다.

하지만 투표율은 7%에 그쳤다. 스리나가르는 선거보다는 카슈미르 분리독립을 외치는 시위대와 인도군의 유혈 충돌로 얼룩졌다. 선거 보이콧에 나선 시위대가 투표소와 군에 돌을 던지고 군이 실탄으로 대응하면서 시민 8명이 사망하고 200명 이상이 부상했다.

이날은 충실히 투표에 참여했던 스리나가르 주민 파룩 아흐마드 다르(24)에게도 악몽이었다. 다르는 투표 후 친척의 장례식장으로 발길을 옮기던 중 인도 보안군에 붙잡혀 무자비하게 구타당했다. 군인들은 다르를 군용차 보닛 위에 밧줄로 묶은 채 5시간 넘도록 9개 마을을 질주했다. 27㎞에 달하는 거리였다. 군의 반인권적인 행태가 11초 분량 영상에 담겨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히 퍼지자, 보안당국 관계자는 “돌을 던지는 군중을 마주친 선거 공무원들이 집단 린치를 피하기 위해 그 사람을 ‘방패’로 쓴 것”이라고 현지 언론에 말했다. 이어 무쿨 로핫지 법무장관도 “(군이) 골치 아픈 상황을 잘 잠재웠다”며 마치 다르가 투표소에 돌을 던지다 처벌받은 것처럼 상황을 호도했다.

치안 당국의 뻔뻔함에 여론은 각종 인권 탄압 실상을 담은 영상을 쏟아내며 분노를 표하고 있다. 15일 카슈미르 남부 소도시 풀와마의 정부학위대학(GDC)에 침입한 군인들이 한 청년을 구타하는 영상, 3명의 카슈미르 청년이 군인들에게 고문 당하는 영상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군 측은 법의 보호망 뒤에 숨어 요지부동이다. 인도 정부는 1990년부터 카슈미르를 ‘소요지역’으로 지정, 보안군에 면책 특권을 부여하는 군특별권한법(AFSPA)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인도 고등법원이 AFSPA법의 면책특권을 무효화하는 판결을 내렸으나 카슈미르에는 적용되고 있지 않다. 고문 영상 속 가해 군인이 청년에게 “내가 너를 쏴(죽여)도 아무도 내게 왜 쐈는지 묻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이러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카슈미르에 대한 주권을 주장, 분할 통치한 1947년 이래, 두 강국에서 벗어나 독립 국민투표를 시행하려는 카슈미르인들은 일상적인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대부분의 인권 탄압은 ‘반군 통제’를 명분으로 카슈미르에 주둔하고 있는 인도군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고 잠무카슈미르시민사회연합(JKCCS) 등 인권단체들은 고발하고 있다. 검문검색은 일상이 됐고 군이 이유 없이 주민들을 희롱하는 광경도 흔하게 목격된다.

카슈미르 소도시로 들어가면 군의 ‘인간방패’로 이용되다 죽었다는 아들의 사진을 내보이는 여성들이 몰려든다. 사진 속 청년들 일부는 인도 정부의 발표에서 파키스탄 테러리스트로 포장된다. 이른 바 ‘가짜교전’ 전술인데, 실제 교전이 벌어지지 않고 고문 중 사망해도 ‘교전 중 사망’이라 발표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인권단체에 따르면 지난 28년간 군사행동 피해자로 추정되는 실종자는 8,000여명이 넘는다. 사망자의 신원을 몰라 묘비를 세우지 못한 무덤이 7,000개를 넘어선 가운데, 실종자부모연합(APDP)은 유전자 정보 테스트를 통해 사망자들의 신원 확인을 애타게 요구하고 있다.

이유경 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

이유경 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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