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음료회사의 ‘의리’ 광고가 화제다. 썩 잘 나가지 못했던 중년의 배우가 느닷없이 뜬 것도 화제지만, 기성미디어를 배제한 소셜미디어 광고만으로 전년 대비 35% 매출 신장을 달성했다는 것이 더욱 놀랍다. 이는 일회적인 사건이 아니다. 코바코의 2014년 하반기 광고경기 전망에 따르면 방송, 신문 등이 광고매출 감소를 예상하는 사이 인터넷만 유일하게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SNS의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런 시장변화를 감안한다면 SNS를 대하는 기성 언론은 아담 스미스의 ‘중립적 관찰자(Impartial Spectator)’ 보다 짐멜의 ‘이익을 추구하는 제3자(tertius gauden)’에 가깝다. 정치의 틈바구니에서 SNS의 편향성과 갈등적 측면을 부각시키는 기성 언론은 축구장의 선수이지 심판이 아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SNS와 경쟁한다고 해서 SNS에 대한 언론의 평가가 완전히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 언론의 입장과 언론 주장의 객관성은 별개이기 때문이다.
기성 언론에 등장한 SNS에 대한 가장 박한 평가는 다음과 같다:SNS는 사람들을 거대한 단위로 ‘초연결’시킨다. 따라서 일반적 정보는 물론 극히 개인적이고 심지어 잘못된 정보마저도 빛의 속도로 전파시켜 한 사회를 셧다운 지경에 빠뜨릴 수 있다. 이런 특성은 주로 후진국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특히 자기편만 친구로 삼는 구조때문에 우리나라 SNS는 건전해야 할 공론장을 싸움터로 변질시킨다. 여기에 책임지지 않는 익명의 사용자들이 중독 지경에 이른 팔로워들을 이끌며 사태를 악화시킨다. SNS는 우리 사회를 ‘위험사회’로 몰아 넣는다.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당장 무슨 조치를 내려야 한다. 그런데 왜 민주주의가 정착되었다는 나라들에서 SNS를 규제한다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SNS에 대한 위의 평가가 논리적, 경험적으로 옳지 않기 때문이다.
‘위험사회’ 이론을 만든 울리히 벡이 SNS처럼 개인화된 연결망을 새 시대의 징조로 본 것은 맞다. 하지만 그에게 위험은 이런 전지구적 연결망이 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현대의 인간은 누군가와 소통하고 연결됨으로써 새로운 성찰성의 단계로 진화한다. 위험은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정치 엘리트들의 관성과 이로 인한 불일치가 초래하는 것이다. ‘초연결’이나 ‘광풍’이 ‘위험사회’를 불러일으킬 거라는 건 잘못 이해한 레토릭을 유사연역적으로 연결시킨 것에 불과하며, 그만큼 경험적 사실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SNS 연결망이 정치ㆍ사회적 정체성의 경계를 따라 무리짓는다는 것도 옳은 관찰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최초의 경험적 관찰은 후진국이 아니라 미국에 대한 분석에서 얻어진 것이다. SNS의 분극화는 매우 보편적인 현상일뿐 아니라, 정치ㆍ사회적 지향에 따라 무리짓는 것은 민주주의의 자연스러운 결과다.
비당파적 입장을 표방하는 미국 ‘퓨 리서치(PEW Research)’의 2014년 인터넷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SNS 사용자들은 친한 친구들이 더 많으며, 타인에 대한 신뢰가 높다. 한국일반사회조사(KGSS) 2013년 데이터를 분석하면 한국의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비사용자에 비해 남을 돕는데 더 적극적이다. 미국과 한국 모두에서 SNS 사용자들은 정치적으로 더 활동적이다. 동시에 한국 SNS 사용자들은 공통적으로 TV와 신문을 신뢰하지 않는다.
이런 ‘정제된 정보’에서 기성 언론이 읽어야 할 것은 자기 자신의 위치다. 왜 젊고, 교육수준이 높고, 이타적이며, 정치적으로 활동적인 한국의 SNS 사용자들이 기성 언론을 불신하는가? 나는 언제부턴가 기성 언론이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는 기계적 중립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진실은 편향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적 진실을 들어 일본의 사죄를 요구할 수 있다. 기계적 균형을 사실에 앞세우는 건 입장 곤궁한 정치인이나 할 일이다. 언론이 유사 정치에 몰입하는 한 이타적이고 정치적인 SNS 사용자들이 대안 언론을 자처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무자비한 보도는 군국주의자들에게 천벌이다.” 1941년 초대 임시정부 대통령 이승만의 말이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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