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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경쟁하는 모습 마치 리어왕 보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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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경쟁하는 모습 마치 리어왕 보는 듯"

입력
2017.06.1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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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2일 백악관에서 열린 취임 후 첫 전체 각료회의에서 활짝 웃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2일 백악관에서 열린 취임 후 첫 전체 각료회의에서 활짝 웃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각료회의는 기이한 장면의 연속이었다. “단기간 내 엄청난 성과를 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자화자찬하자 각료들은 앞다퉈 ‘영광’, ‘축복’ 등 찬양에 가까운 단어를 쏟아내며 충성경쟁을 벌이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의회 증언 등으로 궁지에 몰린 가운데 벌어진 트럼프 대통령과 최측근의 자찬과 칭송의 하모니에 미국 언론들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들어보고 자식들에 재산을 분할했다 파국을 맞은 윌리엄 셰익스피어 작품 ‘리어왕’의 주인공 리어왕을 목격한 것 같다는 등 혹평을 쏟아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각료회의 모두발언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등 일부를 제외하고 나보다 더 많은 법안을 통과시키고 많은 일을 처리한 대통령은 없었다”며 “우리는 적극적이었고, 기록적인 속도로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이례적으로 각료들을 일일이 거명하며 발언 기회를 줬고, 이들은 충성경쟁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 트럼프 찬양을 쏟아냈다. 경질설이 도는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전체 고위 관료들을 대신해 미국민과 대통령의 국정 정책을 위해 일할 수 있게 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말했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말한 바를 지키는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일을 하는 것은 내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이라고 언급했다. 이 밖에도 알렉산더 아코스타 노동장관은 “미국 노동자들을 위한 당신의 헌신에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고 트럼프를 추켜세웠고, 소니 퍼듀 농무장관은 “방금 미시시피에 갔다 왔는데, 그곳 주민들이 대통령을 사랑하더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러시아 스캔들’로 국정이 어수선한 가운데 나온 트럼프 정부의 ‘자신들만의 파티’에 여론과 언론은 싸늘하게 반응했다. 온라인매체 바이스는 “회의가 기이한(bizarre) 찬양 경연대회로 변질됐다”고 비판했고, 워싱턴포스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트럼프를 리어왕에 비유하는 글들이 올라 오고,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올린 패러디 영상이 화제가 될 정도”라고 전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각료회의가 구설에 오르자 보좌진과 지나친 칭찬을 주고받는 영상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뉴욕타임스는 “보통 대통령은 카메라 앞에서 몇 마디하고 웃는 데 그친다”며 “트럼프는 첫 전체 각료회의를 자신에게 헌정했다”고 꼬집었다.

각료회의에서 트럼프가 성과 부각에 집중한 것을 놓고는 트럼프의 불안한 내면을 보여주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최근 갤럽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은 36%로 비슷한 시기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낮다. 가뜩이나 러시아 스캔들로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취임 후 5개월이 지났는데도 트럼프케어 등 주요 법안이 마무리되지 못한 부분도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관료 중 한 명은 정치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행정부가 긍정적인 주목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트럼프케어가 아직까지도 상원을 통과하지 못한 데에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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