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초안 의견수렴 과정
관세조사요원 외부 단톡방 올려
국무조정실 “관련자 징계 절차”
정부가 가상화폐 비트코인 광풍을 잠재우기 위해 마련한 대책이 공식 발표에 앞서 새나간 통로는 관세청 공무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과거 면세점 정보 유출 논란이 일었던 관세청이 또 정보 사전 유출 의혹을 자초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민용식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은 15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유출된 문건은) 13일 국무조정실장 주재 관계부처 차관회의장에 배포된 보도자료 초안”이라며 “관세청 관세조사요원이 자신과 지인들(민간인 포함)로 구성된 단톡방에 게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유관기관 의견 수렴을 위해 공유됐던 해당 문건은 정부 대책 공식 발표 전 비트코인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게재되면서 삽시간에 전파돼 시장의 혼란만 키웠다.
유출 경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무조정실 A 과장은 의견 수렴을 위해 당일 오전 9시 40분쯤 기획재정부 자금시장과 B 사무관에게 초안을 이메일로 보냈다. B 사무관은 이를 같은 과 C 사무관에게 메일로 전달했고, C 사무관은 이를 출력해 휴대폰으로 촬영한 뒤 다른 과 D 사무관에게 카톡으로 전달했다. 이 사진이 유출된 문건 사진의 원본이다. 이 문건은 이후 기재부 과장, 국장 등에게 카톡으로 공유됐고, 또 다른 사무관을 거쳐 관세청 외환조사과 E 사무관에게도 의견수렴을 위해 전달됐다.
이후 관세청 내 단톡방들을 거치던 자료는 한 관세청 관세조사요원이 오전 10시 30분쯤 기업인, 기자 등 민간인이 포함된 자신의 지인들과의 텔레그램 단톡방에 게재하면서 유출됐다. 정부 대책 최종안은 오후 2시 36분쯤 공개됐는데, 보도자료 초안 사진은 이보다 2시간 39분 전인 오전 11시 57분쯤 최초로 온라인에 게재됐다.
공무원이 업무자료를 카톡으로 전송하는 것은 국가사이버안전관리규정(대통령훈령) 위반이다. 민 복무관리관은 “보안 위반ㆍ자료 유출은 중대한 사안인 만큼 기재부와 관세청에 해당 내용을 통보해 사실관계 확정 후 관련자 징계 절차를 밟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국무조정실은 현재로서는 해당 자료를 의도적으로 유출한 사건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 확인한 이메일ㆍ휴대폰 기록과 관련자 진술 등에서 외부와 내통했거나 범죄에 연루됐다고 판단할 만한 근거를 찾기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경찰에 수사요청은 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유포 관련자가 조사에서 ‘정부 보도자료 형식이었고, 발표 날짜와 보도 시점이 ‘배포 즉시’로 돼 있어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며 “사전유포 관련 사실관계만 확인했을 뿐, 본격적인 조사는 진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무조정실은 이번 조사에서 관련 공무원들이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에 투자했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따라서 향후 개별 부처에서 진행할 추가 조사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경우 조사가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14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용납될 수 없다. 반드시 밝혀내서 엄단하고 다시는 그런 사람들이 공직을 무대로 딴짓을 못 하도록 해야 한다”고 가상화폐 대책 사전유출 경위 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