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끌기 나선 이유는
朴ㆍ與 지지율 최저치 기록 불구
민주당 지지율 31%로 소폭 상승
국민의당도 13%선에서 맴돌아
정치 불신 깊어 ‘崔 효과’ 못 봐
“野, 탄핵카드 못 꺼낼 것” 계산
수사 시간 끌며 지지층 귀환 기대
“潘 귀국까지 버티자” 분위기
청와대와 새누리당 친박계는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 가능성을 일축하며 ‘버티기 장기전’에 들어갔다. 이들은 여야와 대선주자들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각자 주판알을 튀기고 있는 상황과, 박 대통령을 떠난 뒤 야당으로 옮겨 가지 않은 부동층 여론에서 권력을 지킬 ‘희망’을 본 것 같다. 100만 촛불을 밝혀 박 대통령에게 정치적 탄핵을 선고한 민심은 이들에게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청와대와 친박계는 여론의 반등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갤럽의 주간 정례조사에서 박 대통령 지지율은 이달 들어 2주 연속 5%를 기록했고, 새누리당 지지율은 지난 주 창당 이래 최저치(17%)로 내려 앉았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떠난 민심은 민주당ㆍ국민의당이나 야권 대선주자들에게 가지 않고 표류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최순실(60ㆍ구속)씨 국정농단의 물증인 태블릿PC가 공개된 이후, 민주당 지지율은 10월 넷째 주 29%에서 11월 첫째 주에 31%로 소폭 올랐다. 하지만 지난 주엔 31%를 유지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국민의당 지지율도 12~13%를 맴돌았다. 야당이 ‘최순실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은 정치 혐오증에 빠진 여론이 야당을 대안으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야권 1,2위 주자인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과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의 지지율도 20%를 넘기지 못했다. 통상 대선주자의 지지율이 30% 안팎에 도달해야 ‘대세 주자’로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이에 청와대는 최순실 게이트의 초기 충격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유보한 민심이 다시 결집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내년 1월 귀국하면 정국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박 대통령이 자발적 퇴진을 끝내 거부한다면, 야당이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탄핵이다. 하지만 야당이 탄핵을 시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청와대는 계산하고 있다. 탄핵 추진을 위한 박 대통령의 범죄 혐의 특정에 상당한 시일이 걸리고, 국회의 탄핵안 가결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가 탄핵안을 통과시키려면, 민주당ㆍ국민의당ㆍ정의당ㆍ야당 성향 무소속 의원(171명)에 새누리당 의원 29명 이상이 찬성 표결을 해야 한다. 여권 한 인사는 16일 “여당에서 더 이상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지 않는 한, 여당 소속 의원들이 대통령 탄핵에 동참하기 쉽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한 목소리로 탄핵을 요구할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검찰 수사에서 박 대통령의 결정적 혐의가 확인되면, 국회도 탄핵 민심을 따를 수밖에 없다. 다만 혐의 확정과 탄핵 절차 진행까지 최소 수개월이 걸린다.
청와대는 ‘식물 대통령’으로 불리는 수모를 내년 상반기까지만 견디면 정권 임기를 채울 가능성이 커진다고 보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의 검찰ㆍ특별검사 수사와 국정조사 일정이 내년 4월까지 잡혀 있어 버틸 명분도 생겼다.
정치권에선 이런 박 대통령의 정치를 이른바 ‘아웃복싱 정치’라고 부르고 있다. 국회와 거리를 두고 때때로 유효 타격을 날리며 시간을 번다는 것이다. 실제 박 대통령은 국무총리 지명권을 국회에 넘겨 야당 분열을 유도했고, 여야 정치인들을 겨냥해 부산 엘시티 비리 의혹의 엄정 수사를 촉구하는 펀치를 날렸다. 아웃복싱 정치 속에 박 대통령의 ‘거취’ 결정이 계속 미뤄지면 국정 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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