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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위해 바리스타 된 장군님 “아들처럼 병사 대하면 갑질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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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위해 바리스타 된 장군님 “아들처럼 병사 대하면 갑질 사라져”

입력
2018.05.30 16:0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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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식 육군 72사단장

공관을 나눔의 공간으로 바꿔

커피 내리며 부대원과 담소

박문식(가운데) 육군 제72사단장은 “권위를 내려놓자 부대원들과 진정한 소통이 이뤄지고, 끈끈함도 더욱 강화됐다”고 말했다. 박 사단장이 사단장실에서 군인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육군 72사단 제공
박문식(가운데) 육군 제72사단장은 “권위를 내려놓자 부대원들과 진정한 소통이 이뤄지고, 끈끈함도 더욱 강화됐다”고 말했다. 박 사단장이 사단장실에서 군인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육군 72사단 제공
박문식 72사단장이 사단장실에서 직접 커피를 만들고 있다. 그는 장병들과 좀더 친근하게 소통을 하기 위해 독학으로 바리스타 기술을 배웠다. 육군72사단 제공
박문식 72사단장이 사단장실에서 직접 커피를 만들고 있다. 그는 장병들과 좀더 친근하게 소통을 하기 위해 독학으로 바리스타 기술을 배웠다. 육군72사단 제공

“지휘관들이 병사들을 아들처럼 대한다면 군대 갑질 문화는 사라질 것입니다.”

최근 경기 양주시 육군 제72보병사단에서 만난 박문식(육사 43기) 사단장의 인상은 굵직한 목소리와 달리 부드럽고 푸근했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직접 커피를 내려 내놓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는 2016년 12월 72사단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그는 상명하복의 문화로는 신세대 병사들과의 소통이 어렵다고 판단, 독학으로 바리스타 기술을 배웠다. 이후 본인이 직접 커피를 내려 부대 구성원들과 함께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게 일상이 됐다. 일주일에 3번 이상은 간부, 부사관, 병사까지 사단장실로 초청해 손수 만든 다양한 커피를 내놓는다. 부대원들도 마음속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풀어 놓는다.

박 사단장은 “권위를 내려놓자 부대원들과의 소통과 끈끈함이 더욱 강화됐다”고 말했다.

사단장 공관도 변신했다. 그가 수시로 간부, 병사들을 불러 직접 만든 음식을 제공하면서 공관이 사단장 개인구역에서 나눔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의 공관병 갑질 사건으로 시선이 따갑던 공관을 소통의 공간으로 변신시킨 것이다.

경기 양주시 주민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는 박문식 72사단장. 72사단 제공
경기 양주시 주민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는 박문식 72사단장. 72사단 제공

이뿐만이 아니다. 양주시와 협업해 군인아파트 내에 풋살장을 만들고, 부대 앞엔 장병과 주민 누구나 쉴 수 있는 공원도 조성 중이다. 군인 가족을 위해 사단 복지시설인 올림픽회관에 어린이 놀이공간을 만들고, 음식메뉴도 피자, 수제맥주 등 젊은 장병들 입맛에 맞는 구성으로 바꿨다. 전 부대원들이 하루 2명 이상에게 감사 마음을 전하는 ‘공세적 감사 나눔 제도’를 시행하면서 부대 분위기는 한층 화기애애해졌다.

덕분에 부대 내 사건사고는 현저히 줄고, 일반 병사가 군 복무를 연장하는 전문하사 지원 비율은 높아졌다. 이달에 병사 43명이 하사로 임관했는데, 이는 육군 목표(동원사단기준 연간 10명) 대비 430% 초과한 것이다. 수년째 민원이 제기된 사격장 소음문제도 해결하는 등 주민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박문식 사단장은 “헌법에 ‘신성한’(국군은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이란 단어가 들어간 직종은 군인이 유일하다. 부대원들이 명예롭게 군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부모가 자식 대하듯 사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종구 기자 mi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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