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수드 바르자니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KRG) 수반이 자치 의회에 서한을 보내 수반에서 퇴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퇴임이 이뤄질 경우 바르자니 수반의 주도로 지난달 주민투표를 강행한 쿠르드족의 독립 열망은 또다시 좌절 위기를 맞을 전망이다.
바르자니 수반은 29일(현지시간) 서한에서 내달 1일까지인 자신의 임기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면서 권한을 자치 내각과 법원, 의회에 분산해 달라고 요구했다. 바르자니 수반은 차기 자치수반 선거까지 직책을 유지할 전망이지만 2005년 자치정부 수반에 오른 지 12년 만에 자리를 내주게 됐다. 여당인 쿠르드민주당(KDP)은 바르자니 수반의 사의를 확인하면서 그가 KDP의 당수직은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2년간 권좌를 지킨 바르자니 수반은 지난달 25일 국제사회의 만류와 반대를 무릅쓰고 분리ㆍ독립 투표를 강행했다. 하지만 이달 16일 이라크 중앙정부가 독립을 저지하기 위해 KRG가 사실상 관할해 온 북부 유전지대 키르쿠크주를 탈환하면서 바르자니 내각은 순식간에 동력을 상실했다. 이라크군을 대신해 북부 지역에서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를 막아낸 쿠르드족의 전공도 무용지물이 됐다.
바르자니 수반은 퇴임을 결정한 구체적인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이라크 쿠르드족의 독립 항쟁을 이끈 집안 출신으로 2005년 선거 없이 KRG 수반에 올랐다. 이후 2009년 7월 KRG에서 처음으로 시행된 수반 직접선거에서 당선돼 2013년 8월 공식 임기가 끝났으나 당시 KDP 다수의 의회는 정국 불안을 이유로 그의 임기를 2년 연장했다. 2년 후에는 또다시 IS 격퇴전인 상황을 내세운 국정 자문기구(슈라위원회)의 요청 아래 임기가 늘어났다. 마지막 임기가 끝나는 기한이 당초 내달 1일로 예정된 차기 수반 선거였으나 현재까지 여타 정파에서 후보를 내지 않아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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