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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전국 곳곳서 소ㆍ돼지 생매장…몸부림에 차단막 훼손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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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전국 곳곳서 소ㆍ돼지 생매장…몸부림에 차단막 훼손 가능성

입력
2015.01.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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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47만 마리 살처분

좁은 구덩이에 천막 한 겹이 전부

당시 확산 막으려 농가에 매장

토양 질ㆍ지하수 깊이 등 안 따져

농가ㆍ주민 등 우려 빗발에 환경부는 "유출 없다" 부정 급급

지난 2012년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의 한 구제역 가축 매몰지에서 경기도 관계자들이 매몰지 함몰여부와 침출수 유출 여부 등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경기신문 제공
지난 2012년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의 한 구제역 가축 매몰지에서 경기도 관계자들이 매몰지 함몰여부와 침출수 유출 여부 등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경기신문 제공

소, 돼지 347여만 마리가 살처분돼 전국 4,583곳에 매장된 2011년 사상 최악의 구제역은 사체 처리 과정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상당했다. 전국 곳곳에서 가축 수만 마리를 한 번에 살처분하느라 우왕좌왕하는 일이 많았고, 이 과정에서 미처 숨이 끊어지지 않은 개체가 그대로 산 채로 매장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그 결과 침출수 유출을 막기 위한 폴리에틸렌 차단막이 동물의 몸부림에 손상되기도 했다. 급하게 매몰을 진행하면서 차단막이 꼼꼼히 처리되지 않은 사례도 잇달았다.

농어촌공사 소속 송성호 박사 등의 연구로 이번에 침출수 유출이 확인된 경기 안성시의 농장은 구제역 당시 불과 가로 세로 50m 지역 내에 판 구덩이 5곳에 1만4,000마리의 돼지를 한꺼번에 묻었다. 차단막은 폴리에틸렌 천막 한 겹이 전부였다. 이에 대해 논문은 “차단막에 작은 균열이 생기면 대규모 오염물질 방출이 야기될 수 있다”고 했다.

추가 전염을 막기 위해 가축을 농장 외부로 옮기지 못하게 한 방역당국의 대책도 당시로서는 불가피했지만 결과적으로 침출수 유출의 원인이 됐다. 일반적으로 가축 매몰지는 토양의 질, 지하수의 깊이 등을 고려해 선택해야 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고려 없이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에 그대로 묻었다. 안성시 농장도 투과성이 높은 모래흙으로 이뤄진 토양이었고, 그 결과 빗물이 그대로 매몰지에 침투해 침출수 유출을 가속화했다.

또 일반적으로 매몰지는 지하수 수위와 충분한 거리를 둬야 하지만 해당 매몰지는 최저 지점(5m)과 지하수 수위와의 거리가 불과 2m 가량밖에 되지 않았다. 침출수가 지하수에 유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당시 매몰 작업이 허술했던 곳이 이 농장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당시 충북 음성군에서 가축 매몰 작업에 참여했던 공무원 이화영씨는 28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가축들이 살아있는 채로 매몰되는 경우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생매장시키지 않으려고 포크레인 날로 돼지를 몰아넣고 찍어 도살했는데, 생사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구덩이게 같이 몰아 넣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살아있는 개체가 매몰될 경우 몸부림을 치면서 차단막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차단막 자체가 부실하게 설치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이씨는 “매몰지 바닥에 부직포를 깐 후 비닐을 깔고 갑판을 얹어서 마무리를 한 뒤 그 위에 돼지를 쌓았다. 하지만 가축을 무더기로 쌓다 보면 그 하중에 못 이겨 비닐이 찢기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농가와 인근 주민들을 중심으로 침출수 유출에 대한 우려가 빗발친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유출 가능성을 부정하기에 급급했다. 실제로 환경부는 2011년 2월 정부의 연구 용역을 받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경기 이천시에서 실시한 매몰지 조사에서 침출수가 유출됐다는 결과를 내놓자 “이 기법은 검증되지 않았다”고 부정했다. 결국 여론에 떠밀린 환경부는 매몰지 300곳을 선정해 조사를 벌였고, 그 결과 총 71곳에서 침출수 유출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했다. 환경부는 매몰지 일부는 이설(매몰지 자체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것)하고 나머지는 차수벽 설치 등 정비 보강을 지시했다. 하지만 그 조치도 미흡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이번에 침출수 유출이 확인된 안성시 농장은 인근에 토양 유실을 막기 위한 옹벽 설치와, 파이프를 통한 침출수 수거 등이 후속 조치의 전부였고, 이미 땅 속으로 흘러 들어간 침출수에 대한 조치는 없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정새미인턴기자(이화여대 기독교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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