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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 도서전] “터키도 전통과 가족 중시… 한국문학 알릴 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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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 도서전] “터키도 전통과 가족 중시… 한국문학 알릴 호기”

입력
2017.11.06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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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주빈국… 책 140종 전시

김애란·최윤·안도현 등 참여

한강 ‘채식주의자’ 번역본 6쇄

이문열·황석영 등 작품도 인기

4일 터키 이스탄불 투얍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이스탄불 국제도서전에 오전부터 관람객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올해 한국-터키 수교 60주년을 맞아 한국은 주빈국으로 도서전에 참가, 한국 도서 140여종을 전시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4일 터키 이스탄불 투얍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이스탄불 국제도서전에 오전부터 관람객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올해 한국-터키 수교 60주년을 맞아 한국은 주빈국으로 도서전에 참가, 한국 도서 140여종을 전시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한국과 터키는 전통과 가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문화적으로 공통점이 많습니다. 한국어로 번역된 작품이 아직 많지 않지만, 한류로 싹튼 관심이 양국의 활발한 문학교류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괵셀 튀르쾨주 터키 에르지예스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4일 터키 최대 도서전인 이스탄불 국제도서전이 투얍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했다. 올해 36회를 맞는 이스탄불 국제도서전은 18개국 800개 출판사가 참석하고 매회 50여만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는 대중적인 성격의 도서전이다. 첫날 오전부터 밀려든 관람객으로 북새통을 이룬 가운데, 주빈국으로 초청 받은 한국은 대한출판문화협회 주관으로 한국관을 열고 140여종의 한국 도서를 전시해 터키 독자들을 맞았다.

한국이 이스탄불 도서전에 참석한 것은 올해로 세 번째다. 이날 한국관 개막 직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설가 김애란, 손홍규, 최윤, 시인 안도현, 이성복, 천양희 등 한국 작가 6인과 번역가 이난아, 튀르쾨주 교수는 터키 내 한국 문학ㆍ출판의 가능성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4일 이스탄불 국제도서전 한국관에서 한국 작가들과 번역가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애란, 손홍규, 안도현, 천양희, 이성복, 최윤 작가, 이난아, 괵셀 튀르쾨주 교수.
4일 이스탄불 국제도서전 한국관에서 한국 작가들과 번역가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애란, 손홍규, 안도현, 천양희, 이성복, 최윤 작가, 이난아, 괵셀 튀르쾨주 교수.

지난해 한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터키어로 번역한 튀르쾨주 교수는 “소설이 출간된 지 7개월 만에 6쇄를 찍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이문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양귀자 ‘원미동 사람들’, 황석영 ‘바리데기’, 안도현 ‘연어’ 등을 터키어로 번역한 그는 한국 문학이 터키 독자에 호소하는 원인을 “아시아 국가의 공감대”에서 찾았다. “‘채식주의자’에서 가부장적인 아버지가 딸에게 억지로 고기를 먹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를 자신들의 삶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여긴다는 것. 그는 “‘바리데기’, ‘원미동 사람들’에서 나오는 가부장 사회, 아들 선호 같은 설정도 터키인들은 매우 실감 있게 받아들인다”며 “이게 (한국 문학을 이해하는 데 있어) 터키와 서양의 결정적인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튀르쾨주 교수는 “터키의 독서율이 높은 편은 아니다”고 전했다. 2016년 터키의 신간종수는 5만4,446종(터키출판협회). 같은 해 한국의 7만5,727종의 70% 수준이다. 전체 책 중 교육 분야와 비소설의 비중이 각각 24%, 23%로 가장 많으며, 그 밖에 소설 19%, 아동 및 청소년이 14%, 학술이 14%를 차지했다. 문학 분야에서 가장 인기 있는 건 단연 추리소설. 요네스 뵈 같은 북유럽 추리소설 작가들의 작품이 100만~200만부씩 팔리는 건 흔한 일이다. 현지 작가의 책 보다 번역 작품의 판매부수가 월등히 높은 것도 특징이다.

이스탄불 도서전 한국관 그림책 코너에 관람객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스탄불 도서전 한국관 그림책 코너에 관람객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스탄불 도서전에 전시된 한국 드라마를 소설로 각색한 책들. ‘시크릿 가든’ ‘상속자들’ 등 인기 드라마들이 터키어로 번역돼 나왔다.
이스탄불 도서전에 전시된 한국 드라마를 소설로 각색한 책들. ‘시크릿 가든’ ‘상속자들’ 등 인기 드라마들이 터키어로 번역돼 나왔다.

“두 나라 형제국으로 인식 불구

책을 통한 문화교류 아직 미진

K팝 열풍이 문학으로 번져야”

이난아 번역가는 “터키 문학의 60% 이상이 번역 문학”이라며 이를 “한국 문학의 미래가 밝은 이유”라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터키 독자들 사이에선 “외국 문학에 대한 판타지”가 여전히 강력하다. 과거 한국의 영화 마니아들이 국내 영화를 보지 않는 걸로 자부심을 드러낸 것과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번역 문학의 대부분이 서양 문학이며 아시아권 문학은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조차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며 “그러나 최근 K팝과 드라마 등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급등해 한국 문학을 알릴 수 있는 호기가 왔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국 작가들도 한국에 대한 터키인들의 관심을 실감했다. 이성복ㆍ천양희 시인은 도서전이 열리기 이틀 전 에르지예스대 한국어문학과 학생 200여명을 만나 작품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올해 한국문학번역원과 에르지예스대학이 공동으로 실시하고 있는 ‘한국 시 번역 워크숍’ 사업을 통해 동 대학 학생들이 이성복 시인의 ‘슬퍼할 수 없는 것’ ‘서해’, 천양희 시인의 ‘새에 대한 생각’ ‘별이 사라진다’를 터키어로 번역했다. 이 시인은 “학생들 한 명 한 명이 눈을 맞추며 한국과 한국 문학에 진지한 관심을 보여 눈물이 핑 돌 정도였다”며 “지금까지 가본 외국의 어떤 문학 행사보다 큰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은 특히 뜨거워 전시장에는 ‘시크릿 가든’ ‘상속자들’ 등 한국 드라마를 소설로 각색한 책이 터키어로 번역돼 나와 눈길을 끌었다. 김애란 소설가는 “한 나라에 대한 호기심은 무지에서 시작되는 게 아니라 지(知)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며 “친구를 사귈 때 먼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나중에 고민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한국에 대한 터키의 관심을 촉발한 것이 대중문화라면 그 우정의 마지막에 놓이는 것이 한국 문학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김애란 작가의 소설집 ‘침이 고인다’도 터키어로 번역이 완료돼 출간을 앞두고 있다.

한국관 개막식에는 누만 쿠르툴무슈 터키 문화부 장관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 누만 장관은 “한국과 터키는 마음이 통하는 나라”라며 "터키의 한국전쟁 파병 이후 지금까지 유지돼 온 관계가 이번 도서전 주빈국 참가 계기로 더욱 돈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은 "두 나라는 서로를 형제국으로 인식하는 전반적인 정서에도 불구하고 책을 통한 문화 교류는 아직 미진한 상태"라며 "이번 도서전을 통해 양국 국민이 서로의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스탄불 국제도서전은 12일까지, 한국관은 7일까지 운영된다. 이스탄불=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이스탄불 도서전에 설치된 한 출판사 부스에서 히잡을 쓴 출판사 직원이 관람객을 맞고 있다. 이스탄불 도서전은 매회 50만여명이 찾는 터키 최대의 도서전이다.
이스탄불 도서전에 설치된 한 출판사 부스에서 히잡을 쓴 출판사 직원이 관람객을 맞고 있다. 이스탄불 도서전은 매회 50만여명이 찾는 터키 최대의 도서전이다.
4일 개막한 이스탄불 도서전은 12일까지 이어진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4일 개막한 이스탄불 도서전은 12일까지 이어진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그림 3 이스탄불 도서전 한국관 개막식에 몰린 관람객들. 최근 터키에선 한국 드라마와 K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그림 3 이스탄불 도서전 한국관 개막식에 몰린 관람객들. 최근 터키에선 한국 드라마와 K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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