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봉하에서 거듭된 봉변
예상한 듯 손사래조차 없어
"분열된 야권 표심 얻기" 분석
통합 내걸고 거침없는 대권 행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연이어 보란 듯이 ‘통합ㆍ화합 행보’를 하고 있다. 환영 받지 못할 자리에서 물세례까지 맞아가며 접촉면을 넓히려는 광폭 행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차기 대권이라는 ‘큰 꿈’에 시동이 걸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6주기였던 23일 김 대표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추모식을 찾았다. 여당 대표로는 첫 참석이었다. 김 대표는 생전 노 전 대통령과 화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립했던 터라 의외의 행보가 아닐 수 없다. 김 대표는 김두관 행정자치부장관 해임건의안으로 옛 한나라당과 노 전 대통령 간 대치가 격화했던 2003년 9월 당 의원총회에서 “나는 노무현을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노무현이가 국정기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해임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노 전 대통령 사후에는 ‘NLL(북방한계선) 포기 주장’으로 유족과 친노 진영의 거센 비난을 샀다.
김 대표가 올 2월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을 때도 진정성을 의심 받기에 충분했다. 그는 방명록에 “망국병인 지역주의와 권위주의 타파를 위해 온몸을 던지셨던 서민 대통령께 경의를 표합니다. 참 멋있는 인생이셨습니다”라고 적으며 화해의 손짓을 보냈지만, 유족이나 친노 측의 분노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당시 김 대표는 자신의 ‘NLL 포기 주장’에 대해서도 “정치적 소신”이라며 여전히 뜻을 굽히지 않았다.
저간의 사정을 감안하면 김 대표가 23일 다시 봉하마을을 방문한 것은 ‘섶을 지고 불길에 뛰어든 격’이었다. 김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건호씨로부터 공개적인 비난을 받고 다소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지만 추도식장을 나서는 길에 물세례를 받고는 도리어 예상한 반응이라는 듯 의연한 태도를 유지했다. 불쾌한 표정을 짓거나 손사래조차 하지 않았다.
앞서 17일 광주로 내려가 5ㆍ18전야제에서 시민들이 김 대표에게 물을 뿌렸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김 대표는 항의가 거세지자 “끝까지 자리를 지킬 수 없는 상황에 안타깝다”며 조용히 자리를 떴다.
여권에서는 김 대표의 행보를 통합과 화합의 진정성에서 해석하고 있다. 김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5ㆍ18 기념행사에 이어 봉하마을 추도식 역시 환영 받지 못할 자리임을 짐작했지만, 국민대통합 차원에서 반드시 가야 한다는 본인의 확고한 의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봉하마을에서 당한 봉변에 대해서도 측근에게 일절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은희 대변인은 24일 “그와 관련해선 대표의 뜻을 존중해 당의 공식적인 논평이나 입장을 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차기 총선과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다음 선거들은 야권의 분열 속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호남민심 등 야당 지지층의 표심을 조금이라도 얻는 게 중요하다”면서 “김 대표가 진정성을 내비치며 광폭 행보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풀이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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