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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직업공무원제도와 공무원연금 개혁 방향

입력
2014.12.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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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군조직의 특수성 때문에 공무원연금보다 유리한 급여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군인연금도 개혁의 사정권에 들어 있다. 이 연금들은 연륜이 깊어지면서 수급자가 늘고 또 길어지는 평균수명으로 연금 부족분을 보전해야 하는 국가 재정에 점점 큰 압박을 가하고 있다. 아직은 괜찮은 사립학교교원연금도 미구에 유사한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한편,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조기퇴직이 일상화되고 청년실업은 급증하고 있는데다가 인구구조까지 빠른 속도로 노화하면서 복지수요는 폭증하고 있으나 복지확대에 필요한 증세에는 별 진전이 없다. 최근의 ‘누리과정이냐, 아니면 무상급식이냐’의 논쟁이 보여주듯 한정된 복지재원 분배를 둘러싼 정치ㆍ사회적 갈등이 터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공무원은 제대로 된 노후보장을 받는 데 비해 국민연금을 통해 최저생계비 이상의 연금을 받는 국민은 소수에 불과하고 공적 연금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출범한 기초노령연금은 용돈 수준에 불과하다. 그 결과 한국은 OECD 최고의 노인빈곤국가가 되고 말았다. 노후가 불안한 다수의 국민들이 공무원연금을 바라보는 심정은 복잡할 것이다.

공무원 연금제도가 직면하고 있는 이와 같은 내ㆍ외적 여건은 정부의 개혁안에 반발하는 공무원들의 입지를 좁히고 정부와 여당의 개혁 드라이브에는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내용이나 개혁추진 방식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우리 헌법이 제7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직업공무원제도가 직업공무원의 연금과 관련해 제시하고 있는 원칙을 경시하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 및 연금학회가 제시한 개혁안은 향후 임용될 공무원에게 국민연금 수준의 연금만을 보장함으로써 직업공무원제도의 핵심원칙 중의 하나인 생활보장원칙을 뿌리채 흔들고 있다.

생활보장원칙은 공무원 및 가족에게 재직 중은 물론 퇴직 후에도 그의 직위에 걸맞은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국가에게 명하고 있다. 생활보장은 정년보장 및 신분보장과 더불어 공무원의 직무전념, 국가 및 법에 대한 헌신, 충성을 확보함으로써 법치행정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생활보장을 통한 공무원의 경제적, 법적 독립성 확보는 공직자의 염결성 유지를 위해 긴요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공무원이 퇴직 후의 생계를 걱정해야 한다면 뇌물의 유혹에 쉽게 노출되고, 결국 국가기구의 청렴도는 낮아질 것이며, 우수한 인재를 공직으로 유인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다. 법원은 우수한 자질의 평생법관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이는 재판의 공정성, 독립성 저하로 이어질 것이다. 역사는 감시와 처벌만으로는 공무원과 국가기구의 부패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해 준다.

공무원연금의 이와 같은 특별한 기능을 외면한 채 대상과 목적이 전혀 다른 국민연금의 급여수준에 공무원연금을 맞추거나 그것을 기준으로 여론전을 펴는 것은 문제를 이성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감성에 호소하는 선동정치의 전형이다. 상대적 박탈감 내지 맹목적 질투만큼 사람을 격정적으로 만드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할 때 공무원연금 개혁에서 국가재정의 건전성은 물론 공무원에 대한 생활보장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즉 부조리한 연금급여체계를 개선하고, 기여금을 좀 더 내고, 연금을 좀 더 늦게 좀 덜 받게 하더라도 공무원의 직위에 적정한 수준의 노후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이 돼야 한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의 실상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들어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만들자는 제안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개혁의 강도가 높을수록 투명한 민주적 절차를 거치는 것이 관련 집단의 양보를 얻어내고 사회ㆍ정치적 갈등비용도 줄일 수 있는 길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사자방’으로 천문학적 혈세를 낭비하고 국가재정에 엄청난 부담을 초래한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세력이 ‘사보험’ 재벌을 위해 봉급자들의 연금축소에는 잔인할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꽤 신빙성 있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관련 단체들의 비판과 대안제시에 귀를 열어야 할 것이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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