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ㆍ공공장소 비치돼 손세정제 ‘찬밥’
메르스(급성 중동호흡기증후군)사태 이후 전국 의료기관은 물론 공공장소에 손세정제가 비치돼 있다. 물과 비누로 손을 씻을 수 없는 공공장소에서 쉽고 빠르게 감염병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르스사태가 종식된 지 불과 1년 만에 의료기관이나 공공장소에서 손세정제를 사용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 서울 대형병원 본관로비에 수많은 환자와 방문객이 드나들고 있었지만 벽에 부착된 손세정제를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환자와 접촉하기 전 반드시 손세정제를 사용해야 한다는 수칙을 준수하지 않는 것이다. 내과 외래 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한 H(56ㆍ여)씨는 “메르스사태 당시 누가 말하지 않아도 손세정제를 사용했는데 지금은 무감각해졌다”고 말했다.
지하철이나 극장 등 공공시설에서도 손세정제는 찬밥신세다. 주말이면 각종 공연과 전시회를 보려고 사람이 몰리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도 손세정제를 쓰는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다.
독감(인플루엔자) 대유행 속에서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식중독에도 빨간 불이 커진 상황에서 손씻기는 우리 몸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질병관리본부는 손만 잘 씻어도 감염성 질환의 70%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연중 내내 감염질환이 유행하고 있어 공중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갔을 때 손세정제를 사용해야 한다”며 “메르스사태가 끝난 지 겨우 1년 만에 과거로 돌아간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손을 씻지 않는 것과 씻는 것은 천양지차다. 이 교수는 “영국공공보건 자료에 따르면 손을 씻지 않으면 손에 바이러스가 44%정도 있지만 손을 물로 씻으면 23%, 비누와 손세정제로 씻으면 8%대로 줄었다”며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공공장소에는 감염위험이 높아 손세정제가 비치돼 있다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손을 잘 씻을 때에도 비누 등 세정제로 흐르는 물에 20초 이상 씻어야 세균을 99.8% 제거할 수 있다. 물기도 잘 말려야 한다. 손 씻은 후 물기를 잘 말리지 않으면 손 표면이나 손가락에 남아 있는 물기가 미생물 번식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평균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손이 더러우면 손세정제가 아닌 비누로 손을 씻어야 한다”며 “병원을 방문해 환자를 접촉하면 반드시 손세정제를 사용해야 감염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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