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11월 방중 일정도 흘려
대중 강경 입장에서 변화
미 정부, 중국과 타협 모색 시사
지난달 백악관 수석전략가 자리에서 경질된 스티브 배넌이 “트럼프 대통령과 2,3일마다 통화 한다”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보호무역주의, 반(反)이민, 외교적 고립주의 등을 주창하는 대안 우파의 기수격인 배넌이 백악관 퇴출 이후에도 대통령의 외곽 조언자로서 여전히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뜻이다.
홍콩을 방문 중인 배넌은 이날 비공개 간담회에서 “전날 저녁에도 1시간가량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말했다고 모임 참석자들은 전했다. 배넌은 또 이날 오전 투자자 포럼 연설 및 현지 매체들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며 미중 정상회담 전에 양국간 껄끄러운 현안인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조사 결과가 나올 것이란 구체적 일정도 밝혔다. 로이터통신과 블롬버그도 이날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배넌이 트럼프 대통령의 중요한 대외 일정을 흘리며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한 셈이다. 이에 대해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두 사람의 통화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며 “두 번 통화한 사실은 알고 있다”며 모호하게 답변했다.
지난달 19일 백악관에서 퇴출된 후 한동안 침묵했던 배넌은 10일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 관계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 공화당 지도부를 맹비난하며 ‘트럼프 대통령 지키기’를 위한 본격적 야전 행보에 돌입했다.
그가 이날 홍콩 강연에서 그간의 거친 중국 공격과는 사뭇 다른 논조를 핀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배넌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세계 지도자 중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보다 더 존경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양국 지도자의 사이를 긍정적으로 보면서 미중 관계 역시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중 모두에게 타격이 될 무역전쟁은 피할 수 있으며, 반드시 합의에 도달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미 정부가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문제뿐 아니라 대북 제재를 놓고 세컨더리 보이콧 적용 등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무역전쟁보다는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타협점을 찾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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