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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공영방송 살리기

입력
2017.11.03 17:2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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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주 이사장 불신임으로 파행 새 국면

기자와 PD 이사 추천권 등 다양한 의견

정치권은 눈앞 이해관계에 집착 말아야

영국의 록 그룹 비틀스의 팬들은 20세기 최고의 문화유산으로 비틀스를 꼽는다. 그러나 방송학자 중 일부는 20세기 최고의 문화유산이 공영방송이라고 주장한다. 방송학자들의 평가가 다소 과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공영방송이 정치 편향과 상업적 이해에서 벗어난 보편적 정보ㆍ문화 매체라는 원론에서 보면 후하게 보아줄 수 있을 것도 같다.

비록 과거만 못하다는 소리가 이따금 나오지만 영국의 BBC, 일본의 NHK, 독일의 ARD와 ZDF 등 세계의 공영방송은 공정성, 전문성, 객관성 등에서 우위를 보이며 여전히 권위와 신뢰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달리 한국의 공영방송 KBS와 MBC는 초라하다 못해 처참한 지경이다. “KBS와 MBC를 잘 안 보며 오래 전부터 좀 더 공정한 채널을 보고 있다”는 이낙연 총리의 대답도 새삼스럽지 않다.

법에 의거해 운영되는 데다 특히 KBS는 수신료를 받으면서도 국민의 외면을 받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공영방송이 사회감시 및 권력비판 기능을 외면한 채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했다”는 방송학회 회원 설문 결과가 결정적 이유를 말해 준다.

KBS와 MBC 직원들은 “9년 전 방송이 장악된 뒤 일어난 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9년 전이라면 이명박(MB) 대통령이 취임한 때다. 그 얼마 뒤 MB 캠프 출신 김인규, MB와 친분이 두터운 김재철이 두 방송의 사장이 됐고 이후 같은 성향의 경영진이 계속 들어섰다. 그 사이 두 방송은 적나라한 정권 편향을 보였고 항의하는 직원은 불이익을 받았다.

이들과 대비되는 인사가 그레그 다이크 전 BBC 사장이다. 열렬한 노동당 지지자였던 그는 토니 블레어 노동당 정부 시절 사장에 임명돼 코드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막상 사장이 된 뒤로는 영국의 이라크전 참전을 비판하는 등 정부와 크게 대립하다가 물러났다. 그때 직원들은 사임 반대 시위까지 했다. 권력에 대한 보은이 두드러지고 마침내 국정원과 결탁했다는 혐의까지 받고 있는 한국 공영방송의 경영진과는 다른 행보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고영주 이사장이 불신임되면서 KBSㆍMBC 사태도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이제 두 방송을 바로 세우기 위한 작업을 본격화할 때다. 이와 관련 해서는 이미 많은 고민과 논의가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지배구조 문제다. KBS 이사와 방문진 이사를 각각 13명으로 늘리되 여당이 7명, 야당이 6명을 추천토록 하고 사장은 이사 3분의 2 찬성으로 뽑자는 특별다수제를 담은 방송법 개정안도 나와 있다. 하지만 기자나 PD 등에게도 이사 추천권을 주자는 의견도 있다. 고영주 전 이사장 등 정치권 추천 이사의 실망스러운 행태를 떠올리면, 전문성과 대표성을 지닌 기자와 PD 추천 이사들이 정치권 추천 이사와 함께 의논하도록 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

보다 시급한 것은 KBS와 MBC 현 사장의 후임 결정이다. 지난 9년 동안 두 방송 사장은 누구도 내부구성원의 환영을 받지 못했고 그럴수록 권력 눈치를 보았다. 따라서 새 사장은 내부구성원의 두터운 신뢰가 불가결하다. 아예 사장 선임의 틀을 바꾸자는 견해도 있다. MBC 해직기자 이용마는 국민대리인단을 구성해 사장을 뽑게 하자고 주장한다. 결국 국민이 사장을 뽑는 셈이다.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위원회 활동에서 보여 준 국민의 판단력을 신뢰한다면 생각해 볼 만한 제안이다. 일각에서는 방송법을 먼저 개정하고 개정법에 따라 후임 사장을 결정하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재의 사장이 속히 물러나야 한다는 KBS와 MBC 직원의 염원을 부정하는 데다 사태의 심각성을 외면한 것이어서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수 있다.

공영방송이 제자리를 잡으려면 이런 의견들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수적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정치권의 태도다. 정치권이 눈앞의 이익에 집착하면 공영방송은 또다시 좌초할 수 있다. 그러면 책임은 정치권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박광희 논설위원 kh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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