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동탄성심병원 장기이식센터
146번 멈춘 심장, 장기이식으로 다시 뛰게 만들어
2005년 심근염 진단을 받은 안모(50)씨는 146번이나 심장이 멈췄다. 그때마다 심장충격기때문에 살아났지만 삶은 무너졌다. 생사를 오가는 끔찍한 고통에 시달린 안씨는 담당 의사에게 차라리 죽여 달라고 하소연할 정도였다.
그가 올 8월 초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장기이식센터를 찾았을 때는 이미 그의 심장세포는 괴사직전이었다. 장기이식 말고는 더 이상 삶을 유지할 방법이 없었던 그는 장기이식 대기자 등록을 하고 입원해 장기이식자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천운’이었다. 장기이식 대기 등록을 한지 30여일 만에 강원 원주시에서 공여자가 나타나 심장이식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대성공이었다. 현재 안씨의 상태는 산책할 정도로 호전됐다. 그는 “죽었다 살아나길 반복해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다시 삶을 살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2015년 5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장기이식의료기관으로 지정 받은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장기이식센터는 1년간의 준비 끝에 지난해 5월 개소했다. 개소 후 안씨처럼 센터에서 심장을 이식 받은 환자는 3명이고, 생체 신장이식수술을 받은 환자는 4명이다. 생체간이식, 뇌사자 신장ㆍ각막이식까지 모두 11회 장기이식수술이 이뤄졌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장기이식센터 의료진에게 올 3월에 있었던 심장이식수술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었다.
특발성 확장성 심근병증으로 심부전이 악화된 30대 남성 A씨가 부산지역에서 공여자가 나타나 심장이식수술을 결정했지만, 공여자의 심장이 부산에서 동탄까지 얼마나 빨리 올 수 있느냐가 수술성공의 관건이었다. 심장이식에 성공하려면 공여자의 심장을 적출한 후 4시간 이내 이식을 완료해야 하기 때문이다.
A씨가 수술 받는 날은 마침 일요일이었다. 공여자 심장 이송을 위해 부산으로 내려간 심만식 한림대동탄성심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입이 타 들어 갔다. 1분 1초가 아쉬운데 서울행 KTX 고속열차 표는 매진이었다. 가까스로 SRT 고속열차표를 구한 심 교수는 기차로 천안역에 갔다. 그가 천안으로 가는 동안 구급차는 천안역으로 출동했다. 그는 천안역에서 구급차를 타고 동탄으로 이동했다. 이렇게 가까스로 병원으로 이송된 공여자의 심장을 이식 받은 A씨는 건강을 회복했다.
이재진 한림대동탄성심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수술 당일 조금이라도 빨리 심장을 이식하기 위해 대동맥을 먼저 이어 심장보호액을 주입하고 하대정맥을 나중에 잇는 특단의 방법을 동원해 시간을 단축했다”며 “다른 장기와 달리 심장이식은 한번 실패하면 수혜자가 사망하기에 의료진이 신속히 판단해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혜자와 공여자의 심장크기가 비슷해야 하고, 공여자의 나이가 너무 많으면 심장기능이 노화돼 이식해도 기능적 문제가 발생하는 등 심장이식수술은 가장 난이도가 높은 이식수술”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이식센터에서는 올 4월 생체간이식을 통해 40대 간부전 여성환자 B씨를, 6월에는 혈액형 불일치 생체 신장이식수술로 당뇨병성 말기 콩팥병을 앓고 있던 40대 남성 C씨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B씨의 경우 공여자와 수혜자 체중이 42㎏이나 차이가 나 수술성공을 확신할 수 없었고, C씨도 공여자를 찾지 못해 자신과 혈액형이 다른 어머니에게서 신장이식을 받았지만 외과 흉부외과 신장내과 순환기내과 비뇨기과 감염내과 진단검사의학과 병리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의료진의 적극적인 참여로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이 교수는 “장기이식 대기자들은 입원해 이식을 기다려야 하는데 지역에 수술할 여건이 조성돼지 않아 특정 병원에 대기자가 쏠리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며 “지역 병원에서도 충분히 장기이식수술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해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