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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에 엘리엇에… 삼성은 살얼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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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에 엘리엇에… 삼성은 살얼음판

입력
2015.06.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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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다 이재용 부회장 승계와 연관, 삼성생명재단 이사장직 맡자마자

삼성서울병원 여론에 뭇매 맞고 물산 합병 통한 승계 포석도 차질

그룹의 위기관리 능력에 회의론… 사태 진정 땐 혁신 회오리 전망도

삼성그룹이 얼어붙었다. 메르스 한파에 삼성물산 합병 제동까지 연이은 악재로 그룹에 비상이 걸렸다. 자칫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그룹 수뇌부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그룹 내부에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는 얘기가 돌 정도로 초긴장 국면이다.

16일 삼성에 따르면 그룹 수뇌부들이 비상 경영에 들어갔다. 메르스 사태로 국내최고병원을 자부했던 삼성서울병원이 지탄의 대상으로 변했으며 경영권 승계를 위해 중요한 포석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계획이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격으로 진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 안팎에서는 전반적인 위기 관리 능력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달 15일 이 부회장이 이사장으로 선임된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운영한다. 역대 재단 이사장직을 이병철 선대회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맡은 만큼 이 부회장이 이사장직을 물려받은 것은 대권 승계의 상징적 조치로 해석됐다.

그만큼 이 부회장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럽다. 당장 정치권에서는 삼성서울병원을 겨냥해 “이번 가을 국정감사에서 두고 보자”는 말들이 나온다. 악화된 여론을 등에 업은 정치권의 공세가 예상된다. 그래서 메르스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고 나면 삼성서울병원의 대대적 혁신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그룹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달 26일 발표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결정도 마찬가지다. 이 조치는 그동안 취약점으로 지적돼 온 삼성전자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대권 승계의 실질적 조치로 풀이됐다. 그런데 엘리엇의 공격이 이어지면서 오히려 합병 발표가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형국이다.

만약 엘리엇의 속내가 단순 지분 확보에 따른 시세 차익이 아닌 경영 개입이라면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삼성물산 경영에 개입하며 이를 빌미로 그룹 경영에 부담을 줄 경우 SK그룹의 소버린 사태처럼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03년 SK 지분을 매입한 소버린자산운용은 이후 이사 추천, 정관 개정, 최태원 회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SK그룹을 흔들었다. 이 때문에 차라리 엘리엇이 시세차익을 얻은 뒤 떨어져나가는‘먹튀’가 삼성그룹에 더 유리하다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 메르스 사태는 그룹 내부의 경영 방침까지 흔들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의 주요 사장들이 해외에 1주일씩 머무는 현장 경영이 중단됐다. 삼성전자는 원래 TV, 휴대폰, 생활가전 등 제품을 담당하는 사장들에게 해외에 1주일씩 머물며 현지 경영을 하도록 했다. 현지 시장 동향도 챙기고 세계적인 안목을 키우라는 그룹 수뇌부의 경영 지침에 따른 조치였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윤부근 소비자가전부문 사장, 신종균 IT모바일부문 사장 등이 해외현장경영 근무를 다녀왔다. 그러나 출국 예정이던 이인용 홍보팀장(사장)은 개인적 사정과 별개로 근무를 취소했다. 그룹에 불똥이 떨어진 상황에서 나갈 수 없다는 내부 방침에 따른 것이다. 다른 부문 사장들이나 전자 계열의 다른 최고경영자(CEO)들에게까지 해외 현장 근무를 확대하려던 계획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메르스를 빌미로 매주 수요일 사장단 회의 이후 진행하던 그룹 기자단 브리핑도 취소했다. 사정이야 어쨌건 최대한 말을 아껴보자는 판단이다. 그렇다 보니 그룹 내부에서는 일련의 사태들이 가라앉으면 그룹 내부에 대대적 혁신의 회오리가 몰아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다. 삼성 관계자는 “문제는 악화된 여론이나 주변 여건이 아니다”라며 “골치아픈 상황을 삼성에서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점이 더 뼈아프다”고 강조했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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