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0일 대구를 전격 방문했다.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은 20대 총선을 34일 앞두고 새누리당의 총선 공천이 본격 진행되는 시점에서 이뤄졌다.
박 대통령은 대구에 다섯 시간 동안 머물며 경제 관련 행사 세 곳에 잇달아 참석했다. 동구의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제일 먼저 찾았고, 이어 북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 2016 국제섬유박람회와 수성구에서 개최된 스포츠 문화ㆍ산업 비전 보고대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대구에서 경북 안동으로 이전하는 경상북도 신청사 개청식에도 참석했다.
이번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은 취임 이후 여섯 번째이며, 지난 해 9월 추석을 앞두고 대구 서문시장을 찾은 후 6개월 만이다. 박 대통령이 대구의 최대 정치적 주주라는 점에서 새누리당의 이른바 ‘진박(진짜 친박계)’ 후보들을 지원하고, 유승민(대구 동을) 새누리당 의원을 겨냥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와 파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정치 관련 발언은 전혀 하지 않은 채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만 강조했다. 특정 정당이나 예비후보 지지 발언은 대통령의 선거 개입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상 불법인 만큼, 정치적 시비를 차단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대구에서 진행된 행사들에 대구 현역 의원과 예비후보들이 참석하는 것도 막았다. 다만 안동 행사에는 경상북도에서 초청한 대구 출마자들이 친박계와 비박계를 가리지 않고 대거 참석해 ‘박심(朴心) 경쟁’을 벌였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대구 행은 경제 행보일 뿐, 정치적 해석은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은 2월25일 취임 3주년을 맞아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한 이후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독려하기 위한 행보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은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청와대의 설명이 사실이라 해도, 박 대통령이 민감한 시기에 대구를 방문해 논란을 일으킨 것 자체가 부적절한 선택이라는 지적이 상당하다. 박 대통령의 대구 행이 대구를 비롯한 영남지역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구는 박 대통령의 고향으로, 1998년 정치를 시작한 이후 약 14년 간 지역구(달성) 의원을 지낸 박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작년 9월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 당시 대구 현역 의원들은 행사에 초대받지 못하고 대구ㆍ경북 출마 얘기가 있던 청와대 참모진들이 수행해 ‘대구ㆍ경북 물갈이론’에 불을 지폈다. 이후 현정부 들어 청와대ㆍ정부에서 일한 인사들이 진박 후보를 자처하며 비박계 심판론을 꺼내면서 대구는 청와대ㆍ친박계와 비박계가 정치적 운명을 걸고 경쟁하는 격전지가 됐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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