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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수사 남용, 공권력 불신만 더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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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수사 남용, 공권력 불신만 더 키운다

입력
2014.10.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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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수천명 복잡하게 연결, SNS특성 무시한 수사 남용

카카오톡·네이버 패킷 감청, 작년 95% 국정원서 수행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통화보다도 카카오톡 대화를 더 많이 한다. 사소하고 은밀한 얘기도 나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국가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다 볼 수 있다는 잠재적 두려움이 가장 무섭다.”(30대 회사원 차모씨)

수사당국의 ‘사이버 사찰’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 대화가 감시될 수 있다는 국민들의 불안감이 날로 증폭되고, 외국 메신저로 갈아타는 ‘사이버 망명’이 가속화하자 다음카카오는 급기야 “감청 영장에 응하지 않겠다”는 ‘위법 선언’을 해 버렸다. 수사당국은 정당한 법 집행이라는 입장이지만, 다수가 연결돼 있고 다양한 층위의 개인정보를 담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한 무리한 수사가 프라이버시에 대한 권리를 간과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1일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경찰의 압수수색으로 수사 대상과는 무관한, 약 3,000명에 달하는 카카오톡 친구들의 개인정보(아이디·전화번호)와 내밀한 대화까지 사찰당했다”고 폭로한 것은 SNS 수사가 얼마나 예민한 문제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수백, 수천명이 복잡하게 연결돼 있는 SNS의 특성상, 자신과는 전혀 관계 없는 일이라도 누군가와 나눴던 대화 내용이 수사기관으로 흘러 들어갈 개연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은 앞서 발표된 검찰의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행위 엄단 방침’과도 맞물려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혐의와 무관한 내용을 구분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쉽게 발부한다는 점이다. 컴퓨터 하드디스크나 이메일의 경우 압수수색 대상이 되더라도 범죄 관련 내용만 가져가야 하고 선별 불가능하면 분석과정에 피의자나 변호인을 입회시키라는 2012년 대법원 판례가 있지만, SNS에 대해서는 이 같은 기준이 전혀 없다. “카카오톡 법무팀의 선별작업을 거쳐 경찰이 제출받았다”는 검찰의 설명은 오히려 시민들의 분노를 부추겼다. 이용자들은 “무슨 권한으로 민간이 영장을 집행하느냐” “다음카카오톡도 사찰에 가담한 셈”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과 다음카카오가 “실시간 감청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장기간 사찰이 어렵도록) 서버에 대화내용 저장기간을 7일에서 2~3일로 줄이겠다”고 해명했지만, 이 역시 말장난에 가깝다. 한양대 김인성 교수가 최근 공개한 국가정보원의 홍모씨에 대한 감청 사례를 보면 다음카카오가 대화내용을 7일 이내 기간으로 잘라 저장해 주기적으로 전달함으로써 하루 이틀 시차만 있을 뿐 수개월 동안 감청이 이뤄졌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전병헌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카카오톡ㆍ네이버 등 패킷 감청’ 현황자료 분석 결과, 지난해 전체 인터넷 감청은 총 1,887개 회선에서 이뤄졌고, 이 가운데 1,798건(95.3%)는 국가정보원에 의해 수행됐다. 대부분 국가보안법 위반 등 공안 사건과 관련한 것이다. 게다가 최근 4년간 국정원의 감청 건수는 계속 증가해 지난해에는 2010년 대비 42%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포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SNS 압수수색·감청에 대해 합의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노영희 변호사는 “지금은 검찰과 법원의 자의적인 해석에 의해서도 감청 영장이 발부될 수 있는 구조”라며 “국민적 합의나 고도의 제한적인, 조건부 상황에서만 감청을 허용할 수 있도록 법원과 법무부가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정된 기간 내 특정 검색어가 있는 메시지만 기계적으로 검색되도록 하는 식으로 검열 가능 범위를 좁혀야 한다”고 말했다. 정 부대표의 사례에서 보듯, 수사당국은 1~2개월 범위 내에서 압수수색 또는 감청 기간을 영장에 적시하는데 이마저 ‘너무 길다’는 비판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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