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최저임금 준수 강조하는데
복지부 장애인 활동보조인 수가
낮게 책정해 최저임금에 못 미쳐
위반 적발되거나 폐업 당하기도
경기지역에서 장애인 활동보조인으로 일하는 A(63)씨의 올해 시급은 8,070원이다. 올해 장애인 활동보조인 지원금(수가) 시간당 1만760원의 75% 이상을 인건비로 지급하라는 보건복지부의 지침에 따른 금액으로, 언뜻 보기엔 최저시급(7,530원)보다 많아 보인다. 그러나 여기엔 주휴수당과 각종 연장근로 수당 등이 포함돼 있다. 올해 최저임금에 주휴수당을 포함한 시급은 9,036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A씨의 임금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셈이다.
올해 최저임금이 역대 최고 인상금액을 기록했으나, 정작 공공 복지서비스 기관에서 일하는 장애인 활동보조인들의 임금은 이에 못 미치는 것으로 28일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연일 최저임금 준수를 강조하고 있지만, 복지부가 활동보조인의 임금과 직결된 수가를 낮게 책정하면서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이다. 시행 첫해인 2011년엔 8,300원이었던 활동보조인 수가는 2016년 9,000원, 2017년 9,240원, 올해 1만760원으로 올랐지만, 최저임금 인상률도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이다. 실제로 2017년 최저임금은 440원이 올랐으나, 수가는 절반인 240원만 인상되는 데 그치면서 정부가 주는 수가부터 최저임금 미달이 됐다.
이로 인해 재정난에 시달리는 복지기관들은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으로 적발되거나, 아예 사업을 접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충북 청주에 위치한 다사리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지난해 최저임금 위반으로 단속됐다. 다사리센터 관계자는 “복지부의 지침에 따라 수가의 75%를 활동보조인의 임금으로 지급했는데도 고용부가 최저임금 위반이라고 지원금을 끊었다”면서 “올해 최저임금 인상액을 맞추면 센터가 파산될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서울 구로삶터지역자활센터는 홈페이지를 통해 ‘최저임금 상승률보다 낮은 수가로 인한 재정악화로 오는 31일 장애인 활동 지원사업을 폐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런데도 고용부와 복지부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전국활동보조인노조 관계자는 “고용부에 가서 주휴나 연차수당을 얘기하면 복지부에 가 보라고 한다. 서로 떠넘기는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인 활동보조인뿐 아니라 다른 복지서비스 근로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아 온 요양보호사도 복지부가 올해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가에 처우개선비를 합쳐서 일괄 지급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누리지 못하게 됐다.
부처 간 엇박자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제도를 이용하는 취약계층에게 향한다. 전국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관계자는 “수가 인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가장 타격 받을 사람은 장애인”이라며 “장애인들의 제대로 된 자립을 위해서는 활동보조 수가 인상으로 수급불안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전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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