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보수단체들이 광장에서 거리낌 없이 ‘막말할 자유’를 누리는 동안 정작 집회ㆍ시위와 표현의 자유는 잔뜩 움츠러들었다. 인권단체들은 “경찰의 세월호 추모집회 참가자 무더기 연행, 폐쇄회로(CC)TV 감시, 카카오톡 사찰 등으로 국민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됐다”고 맹비난했다.
28일 세월호 국민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세월호 추모집회는 올해 5~11월 서울과 안산에서만 29회 열렸고 참가자는 22만9,300여명으로 추산된다. 전국적으로 약 90만명(서울중앙지검 수사 백서 기준)이 참가한 2008년 광우병 소고기 반대집회 이후 6년만인 올해 최대 규모의 집회가 열린 것이다.
서울경찰청 자료를 보면 올해 5월 이후 세월호 집회 시위현장에서 548명이 연행돼 10명이 구속됐다. 2008년 광우병 시위에서 1,523명이 연행돼 24명이 구속된 것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2008년에는 주최 측의 경찰관 폭행, 까나리액젓 발사에 경찰이 최루액, 물대포 발사 등으로 격하게 맞붙은 반면 올해는 평화시위가 대부분을 차지했다는 점을 따져보면 올해 연행 및 구속자 수는 적은 편이 아니다.
경찰이 세월호 집회와 시위에 유독 엄격히 대처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5월 17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 추모집회 사법처리다. 참사 불과 한 달 만에 열린 집회에서 경찰은 115명을 무더기 연행했다. 경찰은 “세 차례 해산명령에 따르지 않아 연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평화적으로 행진한 뒤 해산하려던 시민들에게 4분만에 세 차례 해산명령을 내리고 바로 연행했다”며 과도한 공권력 행사를 비난했다. 이런 일은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집회 때마다 반복됐다.
경찰은 교통정보 수집용 CCTV까지 동원해 집회 참가자들을 감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장하나 의원 등은 서울 광화문광장, 종각, 세종로 일대 CCTV가 세월호 추모집회 참가자들을 촬영했다고 밝혔다. 장하나 의원실 관계자는 “일부 CCTV 영상을 열람한 결과 집회 참가자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줌 인과 아웃을 여러 번 반복했다”고 말했다. 이들 CCTV는 사생활 침해를 막기 위해 교통정보 수집과 교통법규 위반 단속용으로 용도가 제한돼 있지만 경찰이 집회 참가자 채증에 악용한 것이다.
검찰과 경찰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수사하면서 사적인 통신자료까지 뒤졌다. 집시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의 카카오톡 계정을 압수해 집회와 관련 없는 대화 내용, 지인 3,000여명의 개인정보까지 들여다 본 것이다. 또 세월호 침묵시위 ‘가만히 있으라’를 제안한 용혜인씨의 카카오톡 계정, 휴대폰 위치를 알 수 있는 ‘맥 주소’까지 들여다 봐 사찰 논란을 빚었다. 인권단체들은 “민주주의의 위기”라며 정부의 사과와 관련자 문책, 재발 방지대책 수립 등을 촉구하고 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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