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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친구를 왜 죽였나… ‘어금니 아빠’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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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친구를 왜 죽였나… ‘어금니 아빠’의 두 얼굴

입력
2017.10.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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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인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야산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 이모 씨가 8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중랑경찰서를 나서 북부지법으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중학생인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야산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 이모 씨가 8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중랑경찰서를 나서 북부지법으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1차 부검 “목졸림 질식사” 추정

구속된 피의자는 “약 먹고 사망”

사체유기 인정·살해혐의는 부인

도피 과정 지인 개입도 드러나

부검에선 성폭행 흔적은 없어

부인 투신자살 관련성도 조사

여중생 딸의 친구 김모(14)양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체포된 ‘어금니 아빠’ 이모(35)씨가 8일 구속됐다. 지난 5일 검거 당시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병원에 입원한 지 사흘 만인 이날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범행 동기 등 관련 진술을 일체 거부하고 있다. 더욱이 이씨 지인과 형제가 사건에 관여된 것은 물론 이씨 부인의 석연치 않은 자살까지 더해져 사건 진상을 둘러싼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치아와 뼈를 연결하는 부위에 악성종양이 계속 자라는 희귀병인 ‘거대 백악종’을 앓는 이씨. 자신의 병을 물려받은 외동딸 이모(14)양 수술비 마련을 위해 기부 모금 활동을 벌이면서 ‘딸 바보 아빠’, 수 차례 수술로 어금니만 남아 ‘어금니 아빠’로 방송에 소개됐던 미담 주인공이었지만 ‘두 얼굴’의 행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김양, ‘목졸림으로 인한 질식사’로 추정

이씨는 5일 검거 당시에는 사체 유기 혐의만 인정했다. 이씨가 자살하기 위해 준비해놓은 약을 자신의 중랑구 망우동 집에 놀러 온 김양이 잘못 먹어 숨졌고, 시신을 어찌할지 몰라 강원도 영월 야산에 버렸다는 진술이었지만 거짓말 가능성이 높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국과수 부검 결과 김양 사인은 끈에 의한 목졸림 질식사로 추정돼 타살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씨는 범행 일체에 대해 입을 다물고, 딸 이양은 의식이 없어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영월로 가기 전 자신의 홈페이지에 ‘동해로 간다’며 가짜 알리바이를 만들려 한 점, 서울에서 출발할 때 블랙박스를 뗐다가, 돌아와서 다시 설치한 점도 이씨 범행을 보여주는 정황들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특히 딸 이양이 아빠를 도와 김양 시신이 들었을 걸로 의심되는 검은색 가방을 차에 싣는 모습도 폐쇄회로(CC)TV에 잡혔다.

더욱이 범행 후 이씨의 도피 과정에 지인 박모(36)씨도 개입된 사실까지 드러났다. 박씨도 이날 이씨와 함께 구속됐다. 경찰은 검거 다음날인 6일 이씨 홈페이지에 자살 암시글을 대신 게시해준 이씨 형도 범행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김양은 왜 범행 타깃이 됐나

이 사건의 최대 의문 중 하나는 숨진 김양이 왜 범행 타깃이 됐느냐다. 김양은 이양의 초등학교 동창이지만, 중학교는 서로 다른 곳에 진학해 최근 2년간 연락을 하지 않은 사이였다. 그런데 살해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달 30일 돌연 이양이 김양에게 “만나자”고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양 친구들은 “김양이 거절을 어려워하는 성격이라 이양의 갑작스런 연락에도 응한 거 같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현재까지 성폭행, 보복 의도 등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나 분명한 것은 없다. 경찰은 “국과수 부검결과 성폭행이나 성적학대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성범죄 가능성에 선을 긋기도 했다.

석연치 않은 아내 자살

공교롭게도 이씨 부인 최모(당시 32)씨는 한 달여 전인 지난달 5일 중랑구 자택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경찰은 “최씨가 투신하기 전 폭행 당한 흔적이 있다”며 “이씨를 자살방조 및 폭행 혐의로 내사 중”이라고 밝혔다. 최씨는 숨지기 나흘 전 강원 영월경찰서에 이씨 계부인 시아버지가 자신을 8년간 성폭행했다며 고소장을 냈다. 당시 최씨는 이씨가 이양 치료비를 구하기 위해 미국에 간 사이 시댁이 있는 영월군에 거주했다. 영월경찰서는 지난달 시아버지 A씨를 한 차례 불러 소환 조사했으나 A씨는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이씨가 최씨에게 “증거를 확보해야 하니 (가해자와) 성관계를 가져라”고 종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여러 전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씨는 자신과 딸의 사연을 공개하며 후원을 받아 왔지만, 외제차까지 소유했고, 월세로 주거지를 두 채나 두는 등 풍족한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자신과 딸의 희소병을 기부 모금에 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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