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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삼킨 딸에게…" 눈물로 쓴 마지막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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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삼킨 딸에게…" 눈물로 쓴 마지막 선물

입력
2015.03.08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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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단원고 故 정지아양 어머니

재혼 후 방황했던 딸과 주고받은

편지 수십통 찾아내 책으로 출간

"평소에 글 쓰는 걸 좋아했던 아이

하늘에서 알면 무척 좋아하겠죠?"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고 정지아양의 어머니 지영희씨가 인터뷰 도중 손수건을 꺼낸 채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지씨는 딸과 주고받은 편지와 정양의 글을 엮어 최근 '사월의 편지'를 펴냈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고 정지아양의 어머니 지영희씨가 인터뷰 도중 손수건을 꺼낸 채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지씨는 딸과 주고받은 편지와 정양의 글을 엮어 최근 '사월의 편지'를 펴냈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어디 아프지 말고 평생 죽지 말고 나랑 같이 살아. 엄마 없인 아무 것도 못하는 나 두고 일찍 가면 안 돼. 사랑해.”

지난해 4월 말 생전 딸과 나눈 수십 통의 편지를 가슴에 움켜 쥔 지영희(49)씨는 오열하며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지씨는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2학년생 정지아양의 어머니다. 바다는 엄마에게 먼저 죽지 말라던 딸을 거침없이 삼켜버렸다. 지아를 떠나 보내고 실의에 빠져 지내던 지씨는 딸의 책상을 정리하다 서랍 속에서 작은 종이상자를 발견했다. 그 안에는 평소 모녀가 나눈 소소한 일상이 편지 형태로 곱게 보관돼 있었다.

“지아가 모아둔 편지를 한 줄 읽고 울고, 또 한 줄 읽고 가슴을 치다가 3개월 만에 이를 악물고 다 읽었어요. 평소에 글 쓰는 걸 그렇게 좋아했던 딸인데….”

지아는 방황을 많이 했다. 지씨는 지아를 낳고 얼마 안 돼 전 남편과 헤어졌다. 그렇게 단둘이 의지하며 지낸 기간이 5년여. 딸이 일곱 살이 되던 해 지금의 남편을 만나 안산으로 이사하자 지아는 어린 나이에도 “엄마를 빼앗겼다”는 마음에 세상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세 가족이 찍은 사진에 자기 얼굴을 까맣게 색칠해 놓고는 ‘나는 없다’고 반항하기도 했다. 불량한 아이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계속되자 지씨는 이사까지 했지만, 딸은 좀처럼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다.

그래서 머리를 짜낸 것이 편지 글이었다. “비가 오면 우산이 되어 주고 싶고, 눈이 오면 따뜻한 옷이 되고 싶고, 태풍과 비바람이 몰아치면 엄마가 방어막이 되어 줄게. 울지마 지아야.” 아무리 말로 타일러도 냉담하기만 했던 딸은 거짓말처럼 엄마의 간절함에 화답하기 시작했다. “나는 머리 스타일도 수백 번 바뀌었는데, 엄마는 파마머리 그대로고 말이야. 또 왜 하루가 지날수록 주름살이 늘어나는지…. 왜일까, 엄마?” 모녀가 편지지에 꾹꾹 눌러 담은 진심이 쌓일수록 딸은 점점 또래의 보통 소녀로 변해 갔다. 두 사람은 지아가 제주도 수학여행을 떠나기 이틀 전까지 편지로 사랑을 속삭였다.

글쓰기는 어느덧 지아의 취미이자 특기가 돼 있었다. 중학교 1학년 때는 전국 단위 편지쓰기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탔고, 타워크레인 기사인 아빠의 낡은 작업화를 그린 수필은 단원중 홈페이지 대문에 걸리기도 했다. 고교에 들어가서는 시와 소설도 곧잘 썼다.

엄마는 얼마 전 “나중에 내 글이 책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평소 입버릇처럼 되뇐 딸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게 됐다.

“삶은 매일 축제이고 쓰레기장이었다.”(‘불꽃축제 여의도에서2’ 중에서)

“주체할 수 없는 기분과 울컥함을 대체 어디에 적고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민석이에게’ 중에서)

지난달 25일 225쪽 단행본으로 출간된 ‘사월의 편지’에는 딸이 남긴 세상을 향한 고민과 바람, 열일곱 소녀의 솔직한 고백이 그대로 담겨 있다. 지씨는 지난해 7월 세월호 참사를 기록하는 김순천 작가의 출간 권유를 받고 딸의 부탁이 생각나 용기를 냈다. 그는 “지아의 첫번째 독자인 엄마가 먼저 간 딸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고 했다.

“교복 입고 등교하는 학생들 사이에 지아가 있고, 엄마 손을 붙잡고 재잘대는 아이들 얼굴에 지아가 있고, 젊은 엄마가 밀고 가는 유모차 속 아기의 미소에 또 지아가 있어요. 딸이 그리워질 때면 저는 또 편지를 씁니다.”

김민정기자 fac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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