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위로하는 잣나무 다시 심어
원폭 70주년을 하루 앞둔 5일 오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는 한국인원폭피해자위령제(한국인위령제)가 열렸다. 올해로 46회째를 맞은 이 행사는 망자가 떠난 하루 전날 제사를 지내는 우리나라 풍습을 따라 매해 5일 거행되어 왔다.
이날 참석자들은 지난 1년 동안 세상을 떠난 원폭희생자 22명을 비롯해 총 2711명의 사망자 명부를 봉납한 뒤 묵념하고 헌화했다. 위령제에는 서장은 히로시마 주재 한국 총영사와 재일본대한민국민단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평화공원을 방문한 일본인 및 외국인들도 한동안 발길을 멈추고 한국인 위령제 거행을 지켜봤다.
성락구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회장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으로 피해를 입은 한국인은 7만여명으로 추산되나 현재 생존인원은 2,600여명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살아있는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의 평균 연령은 80.5세로 매년 수십명씩 떠나고 있는 만큼 하루 빨리 이들에 대한 진상규명과 보상방안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이 통과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위령제에 앞서 한국 고려대와 일본 와세다대 재학생들은 위령비 앞에 한국인 희생자를 추도하는 ‘조선오엽’(잣나무의 일종) 식수 행사를 가졌다. 원래 위령비 옆에는 지난 2011년8월 두 나라 학생들이 원폭희생자 추도와 양국 미래공생의 뜻을 담아 심었던 같은 종류의 나무가 있었는데, 혐한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8월 누군가가 이 나무를 뽑아버렸다. 그래서 학생들은 이날 다시 나무를 다시 심게 된 것이다.
행사에 참여한 와세다 대학생 이와가키 리카(24)는 “나무가 다시 뽑히더라도 우리는 계속 같은 나무를 심기로 했다”며 “한일관계가 경색되고 있는데 평화적이고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다시 관계가 회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히로시마=김혜경 객원기자 salutkyoung@g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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