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도권 ‘로또 청약’ 광풍으로 가점 만점자가 속출하고 당첨 커트라인이 더 높아지면서 청약 가점이 낮은 20ㆍ30대 실수요자의 회의감이 더 커지고 있다. 1순위 가입자만 1,260만명에 달해 희소성도 사라지며 청약통장 무용론도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고 소득공제까지 되는 청약통장을 해지하기보다는 자신에게 맞게 리모델링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04.9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한 경기 하남시 ‘미사역 파라곤’ 전용면적 102㎡ 당첨자 중엔 청약 만점(84점)자가 포함됐다. 최저 당첨자도 청약 가점이 54점에 달했다. 앞서 평촌 어바인 퍼스트 전용면적 59㎡A, 하남 감일지구 포웰시티 1블록 전용면적 84㎡ 등에서도 만점자가 당첨됐다.
지난 1~5월 서울에서 분양한 12개 단지의 전용면적 85㎡ 이하 당첨 가점도 평균 58.1점이었다.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 자이 개포’ 63㎡타입은 당첨자 청약 가점이 평균 71.6점이나 됐다.
만점에 가까운 청약 가점자가 아니라면 사실상 로또 아파트는 꿈도 꿀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20ㆍ30대는 청약 만점자가 되는 게 아예 불가능하다. 청약 만점을 받기 위해선 부양가족 6명 이상(35점), 청약 통장 가입기간 15년 이상(17점), 무주택기간 15년 이상(32점) 등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이는 40대 이상 부부가 부모를 모시고 자녀 2명과 함께 15년 이상 무주택자로 살면서 청약 통장 가입 기간이 15년 이상 돼야 가능한 조건이다. 40대도 극소수만 해당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청약가점제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저출산 기조와 1,2인 가구 증가 등을 반영하면 실수요자들은 가점 50점을 맞추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부양 가족이 2명(배우자 포함)인 경우도 무주택기간 10년, 청약통장 가입 15년 조건을 충족해야 54점을 채울 수 있다. 그러나 서울에선 이 점수로도 당첨이 사실상 힘들다.
더구나 젊은 세대는 불이익이 더 크다. 무주택 기간 점수는 만 30세 이후부터 1년마다 2점씩 가산된다. 20대 초중반에 독립해 무주택으로 살아도 30세까진 가산점이 없다.
이렇다 보니 불법인 줄 알면서도 위장 전입에 현혹되기 십상이다. 무주택기간과 청약통장 가입기간은 전산 등록이 돼 조작이 불가능하지만 부양가족은 동거인으로 이름만 올려 놓으면 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서울과 과천 6개 단지 일반공급 당첨자에 대한 부정 당첨 여부를 점검해 68건의 불법 청약 의심 사례를 적발했는데, 이중 위장전입 의심이 58건이나 됐다.
4월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는 전국 2,362만명으로 이 가운데 1순위만 1,267만여명이다. 청약통장 가입자의 절반 이상이 1순위란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통장 해지엔 신중할 것을 권했다. 아직까진 청약통장으로 가점을 쌓아가는 게 원하는 지역에서 새 아파트를 싸게 분양받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청약통장은 연 1.0~1.8% 정도의 금리가 적용돼 시중은행의 평균 정기예금 금리(1년 만기 기준 1.16%)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준다. 또 급여액이 7,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근로소득자는 불입한 금액의 40%를 소득공제 받을 수 있다.
청약통장 예치금액을 증액해 당첨 기회를 높일 수도 있다. 애초 가입한 소형 아파트보다 중대형 아파트를 청약할 수 있게 예치금액을 증액하는 것인데, 중대형 아파트는 공급 물량의 절반을 추첨제로 분양하는 만큼 당첨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내집 마련 기회 혜택을 준다는 기본 원칙을 지키면서도 청약가점제 항목과 배점은 달라진 시대 환경에 맞춰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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