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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5년 미제 ‘갱티고개 살인사건’ 프로파일링이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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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5년 미제 ‘갱티고개 살인사건’ 프로파일링이 잡았다

입력
2018.01.05 10:1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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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러 8명 합동 팀 꾸려

단서 도출ㆍ사건 해결 결정적 역할

“갈수록 지능화하는 범죄 대응

과학수사 기법 보강증거 활용을”

2002년 노래방 여주인의 시신이 발견된 충남 아산시 갱티고개. 충남경찰청 제공/2018-01-04(한국일보)
2002년 노래방 여주인의 시신이 발견된 충남 아산시 갱티고개. 충남경찰청 제공/2018-01-04(한국일보)

2002년 4월 18일 오전 7시, 출근 전 운동을 하던 한 공무원이 충남 아산시 송악면 갱티고개에서 40대 여성의 시신을 발견했다. 발견 장소에서 차로 20분 거리인 아산시 온천동 한 노래방의 사장이었다. 노래방 근처에서 발견된 피해자 승용차에서 피해자 신발 및 다른 이의 혈흔이 나와 차량 납치 후 살해 및 유기된 것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원한, 치정 등을 염두에 뒀다. 범인이 당일 오전 현금인출기 8곳에서 피해자 카드로 195만원을 인출한 것에 주목, 폐쇄회로(CC)TV를 뒤졌지만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탓에 신원을 특정할 수 없었다. 설상가상 유력한 목격자 진술이 틀린 것으로 확인됐다. 석 달 후 갱티고개에서 40대 여성 시신이 또 발견되면서 수사력은 분산됐고, 오리무중 상태에서 15년이 흘렀다.

2017년 1월 11일 최규환 충남경찰청 프로파일러 등 5개 지방청 소속 프로파일러 8명으로 꾸려진 합동 미제 사건 수사팀은 2박3일간 갱티고개 사건 수사기록 4,300쪽을 해체해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구성한 프로파일링 보고서를 작성했다. 공소시효를 폐지한 일명 ‘태완이법’이 재수사에 시동을 건 것이다.

보고서의 핵심 추론은 ▦범인은 피해자와 면식범 ▦공범 존재 ▦계획적으로 흉기 준비 ▦금품을 빼앗기 위한 단순 강도라는 것. 차 안에 피해자 혈흔이 없던 점으로 미뤄 살해 장소는 갱티고개로 추정됐다. 그렇다면 운전과 동시에 피해자를 제압하기 위해 범인은 최소 2명 이상이어야 했다.

‘공범 존재’ 예측이 사건 해결의 결정적 실마리였다. 김도형 아산경찰서 강력4팀장은 프로파일링 보고서를 토대로 기존 용의선상에 오른 이들을 살펴보던 도중,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A(51)씨가 눈에 들어왔다. 유사 전과가 있는데다 노래방에서 명함이 발견돼 피해자와 면식 관계로 추정됐지만 차에서 발견된 DNA가 달라 배제됐는데, 만약 공범이 있다면 DNA가 A씨와 일치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다시 불려 온 A씨는 형사들의 7시간 집중 추궁 끝에 공범과 범행을 자백했다. 유전자 주인은 A씨의 회사 후배 B(40)씨였다.

둘은 형량을 줄일 요량으로 법정에서 “강도나 살인을 미리 준비했던 것은 아니다”고 우발 범행을 주장했다. 반면 경찰 수사 자료와 프로파일링 보고서를 증거로 제출한 검찰은 계획적인 강도살인이라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최초로 프로파일링 보고서를 재판 증거로 채택하며 경찰과 검찰의 손을 들어 줬다. 다만 증거 채택 이유를 판결문에선 확인할 수 없다.

윤해성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프로파일링 내용이 판결문에 직접 인용되거나 유무죄 판단 근거로 쓰인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범죄분석회의를 통해 단서를 도출하고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데다, 법원이 계획적인 범죄라는 심증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줬기 때문에 증거목록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전국의 프로파일러들은 “프로파일링 보고서가 범죄 재수사부터 법정 판결까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한껏 고무됐다. 강동욱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갈수록 지능화하는 범죄에 대응하려면 과학수사 기법을 범죄 인정에 활용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추론으로 구성된 프로파일링 자료가 보강증거로 활용될 순 있어도 범죄를 입증하는 독립된 증거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최규환 충남경찰청 프로파일러가 15년 동안 미제로 남았던 '갱티고개 살인사건' 재수사를 위해 지난해 1월 범죄분석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충남경찰청 제공/2018-01-04(한국일보)
최규환 충남경찰청 프로파일러가 15년 동안 미제로 남았던 '갱티고개 살인사건' 재수사를 위해 지난해 1월 범죄분석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충남경찰청 제공/2018-01-04(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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