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존명사로도 쓰이고 어미로도(정확히는 어미의 일부로도) 쓰이는 말들이 있다. ‘지’와 ‘데’가 그런 말들인데, 의존명사라면 띄어 쓰고 어미라면 붙여 써야 한다. 두 경우를 구분하려면 어떤 말들과 잘 어울리는지, 또 어떤 의미로 쓰이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지’가 ‘어떤 일이 있었던 때로부터 지금까지의 동안’, 즉 ‘시간’과 관련된 뜻으로 쓰인 경우에는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이때는 주로 ‘~한 지’와 같은 형식으로 쓰인다. (집을 떠나온 지가 3년이 흘렀다. / 태어난 지 사흘 만에 어미를 잃은 강아지)
‘-지’가 막연한 의문과 관련된 뜻으로 쓰인 경우에는 어미의 일부이므로 앞말에 붙여 쓴다. 어미의 일부라는 말은 ‘-지’가 그 자체로 어미가 되는 것이 아니라 ‘-는지, -은지, -던지, -ㄴ지’ 등과 같은 어미의 부분이라는 뜻이다. (아이들이 얼마나 떠드는지 책을 읽을 수가 없다. / 누구 말을 믿어야 옳은지 모르겠다. / 얼마나 춥던지 손이 곱았다. / 그는 얼마나 부지런한지 세 사람 몫의 일을 해낸다.)
‘데’가 ‘곳, 일, 경우’ 등의 뜻을 나타낼 때는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대개 ‘~하는 데, ~할 데, ~하던 데’와 같은 형식으로 쓰인다. 조사와의 결합이 자연스러운 것을 보아도 의존명사임을 알 수 있다. (예전에 가 본 데가 어디쯤인지 모르겠다. / 손님을 대접하는 데만 쓰는 그릇.)
뒤에서 다룰 내용과 관련되는 상황을 말하는 경우에 쓰는 ‘-데’는 ‘-는데, -은데, -던데, -ㄴ데’와 같은 어미의 일부이므로 붙여 쓴다. (자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 가구는 많은데 방이 너무 좁다. / 요새 결석을 자주 하던데 무슨 일 있니? / 그곳은 내 고향인데 경치가 참 좋아.)
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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