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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공공기관의 시장잠식 문제 있다

입력
2016.05.3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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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의 성장으로 과거에 비해 공공기관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공공기관마다 역할과 조직 확대를 위해 신사업 발굴에 나서고 있다. 수익성 낮은 사업에는 정부예산이 필요한데 예산 받기는 여의치 않다. 결국 해답은 수익사업에 뛰어드는 것이다. 그 결과 민간이 누릴 수익을 공공기관이 빼앗는 현상이 만연해 있다. 3년 전 약 150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0여 개 기관이 주요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었다.

공공기관은 민간에 비해 유리한 입장에 서는 경우가 많다. 기본 인건비를 정부예산으로 받으므로 민간 대비 가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시장잠식은 민간의 기회와 활력을 저하한다. 아프리카에 모기장을 무상지원했더니 현지의 생산자들이 망해 버린 것은 유명한 사례이다. 또한 민간주도 경우엔 여러 기업이 명멸하며 경쟁하므로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경우보다 고용창출에 유리하다. 또한 공공기관이 수익사업에 중점을 두면 정작 중요한 공적 기능에 소홀할 우려가 있다. 끝으로 공공기관의 시장수입은 방만 경영의 재원이 되기도 한다.

공공기관의 시장잠식은 잘 없어지지 않는다. 공공기관은 정부간섭이 약한 수입원을 확보해 좋고, 정부는 그만큼 예산 덜 주어 좋다. 국민도 공공기관의 싼 서비스를 즐긴다. 그러나 그 비용은 납세자, 그리고 기회를 빼앗긴 민간기업에 전가된다. 공공기관의 시장잠식 기능을 골라내 그 기능의 유지 필요성을 검토해야 한다. 만약 유지가 필요하다면 해당 기관이 민간과 공정 경쟁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시장잠식에도 네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수익성이 낮아 민간은 꺼리는 사업을 공공기관이 수행하는 경우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민간활용이 가능하다. 예컨대 수익성이 낮아 민간선사가 낙도운항을 기피할 경우 굳이 공공기관 선사를 만들 것이 아니라 민간선사에 보조금을 주면 된다. 민간이 임대주택 건설을 기피할 경우, LH공사에 공급을 전담시킬 것이 아니라 저소득층에 주거지원을 하면 된다. 수익성이 낮으면 무조건 공공기관이 해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정부는 공공기관에 일감을 몰아줄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과 민간을 경쟁시켜 더 잘하는 곳에 사업을 위탁해야 한다.

둘째, 민간의 문제점을 완화할 목적으로 공공기관이 시장에 참여하는 유형이다. 이는 시장참여 대신 민간의 문제점에 대한 감독 기능 강화로 풀어야 한다. 교통안전공단은 민간의 차량검사소가 손님을 끌기 위해 너무 관대해질 가능성을 견제키 위해 검사업무를 유지한다. 그러나 교통안전공단은 민간의 차량검사에 대한 감독 기능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시장의 문제점을 제대로 해결할 수 있다. 심판을 하려면 선수 역할 즉 시장참여를 중단해야 함은 물론이다. 석유공사의 알뜰주유소도 민간 주유소 간 유가담합 견제를 위해 시장에 참여하는 유형이다. 그러나 이는 담합 등 불공정행위에 대한 단속과 처벌 강화로 해결하는 것이 옳다.

셋째, 다른 공적인 사업의 재원마련을 위해 시장에 참여하는 유형이다. 예컨대 관광공사는 면세점과 카지노 사업에서 돈을 벌어 관광진흥에 쓴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수익창출을 중단시키고 대신 정부예산을 관광진흥 재원으로 주어야 한다. 그래야 관광진흥 사업에 대한 정부와 공공기관의 관심과 책임이 높아진다. 넷째, 남는 시설을 놀리느니 활용키 위해 시장 참여하는 유형이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컨벤션사업, 도로교통공단의 예식장 사업이 이에 해당한다. 이 경우엔 유휴시설 만든 것 자체를 비난해야 한다. 그리고 해당 사업을 중단하거나, 유지하더라도 민간과 공정경쟁 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시장잠식 기능은 축소 내지 폐지가 원칙이다. 만약 꼭 유지가 필요하다면 민간에 비해 유리한 입장에 서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강조하는 원칙이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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