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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해산심판 제도 극히 엄격해야"… 베니스委, 헌재에 통진당 결정문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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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해산심판 제도 극히 엄격해야"… 베니스委, 헌재에 통진당 결정문 요구

입력
2014.12.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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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 이전부터 예의 주시 가이드라인까지 제시도

헌재, 보도자료 번역판 게시 세계 사법계 관심에 부담

헌법재판소 강일원(오른쪽) 재판관이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베니스위원회 헌법재판공동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후 크리스토프 그래벤바르터 전임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베니스위원회는 강 재판관을 통해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문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헌법재판소 제공
헌법재판소 강일원(오른쪽) 재판관이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베니스위원회 헌법재판공동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후 크리스토프 그래벤바르터 전임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베니스위원회는 강 재판관을 통해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문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헌법재판소 제공

세계 헌법재판기관의 회의체인 베니스위원회(법을 통한 민주주의 유럽위원회)가 한국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결정문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헌재 결정 이전부터 이 사건을 주시했던 베니스위원회는 ‘정당해산심판 제도가 극히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어, 한국 헌재 결정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베니스위원회는 지난 13일 위원회 산하 헌법재판공동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강일원(56·사법연수원 14기) 재판관을 통해 “영문 결정문이 완성되는 대로 위원회에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베니스위원회 관계자들은 지난 9월 국내에서 열린 세계헌법재판회의 3차 총회 과정에서도 “정당해산심판 결과가 나오면 신속히 알려달라”고 말했으며, 강 재판관이 지난 주 베니스위원회를 방문했을 때도 같은 요청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로펌 소속의 한 국제 변호사는 “1950년대 냉전시대의 독일이나 정교분리 원칙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1980~90년대의 터키를 제외하면, 상식적인 국가에서 정당해산이 내려진 경우는 없어 (국제 사법계의) 관심이 높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심은 베니스위원회가 통진당의 해산 결정문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이냐는 점이다. 베니스위원회는 ‘정당의 금지와 해산 및 유사 조치에 관한 지침(2000년)’ 및 ‘정당 제도에 관한 실천 규약(2009년)’등을 통해 “정당의 금지 또는 해산은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돼야 하며, 정당이 자유롭고 민주적인 정치질서나 개인의 권리에 대하여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했는지 여부 또는 보다 덜 제한적인 방법으로 그러한 위험을 방지할 수 있는지 여부를 고려하여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일부 학자들은 “헌재가 해산을 결정하며 통진당이 실질적 위험을 초래했는지 충분히 따져보지 않았다”고 이견을 밝히고 있다. 반면 한 국제 변호사는 “헌재의 결정문 중 ‘반국가 단체인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힌 부분은 헌재가 베니스위원회 가이드라인에 대해 간접적으로 답을 한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분석했다.

또 “정당의 개별적 구성원뿐만 아니라 정당 자체가 위헌적 수단을 사용하거나 그 사용을 준비하는 정치적 목적을 추구한다는 충분한 증거에 입각하여야 한다” “정당의 강제해산은 정당이 폭력을 사용하거나 폭력 사용을 옹호해 헌법상 보장되는 자유와 권리를 경시하는 경우에만 정당화될 수 있다”는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엄격히 적용할 경우, 이석기 전 의원 등 일부 구성원을 주도세력으로 인정해 통진당이 조직적으로 지하혁명조직(RO) 회합 등 위헌적 활동을 했다는 헌재의 판단도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통진당 측 변호인들도 베니스위원회 가이드라인을 해산 반대 근거로 사용했다.

헌재는 347쪽에 달하는 결정문을 완벽히 영어로 번역하는데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우선 결정과 관련된 보도자료의 영문 번역판을 홈페이지 개시했다. 헌재 관계자는 “(결정 이전) 재판관들도 베니스위원회 등 세계 사법계의 관심에 대해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안다”면서도 “헌법 재판과 관련된 각국의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우선 목표인 베니스위원회의 성격상 직접적인 지적이나 비판은 어렵지 않겠나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니스위원회는 1990년 동유럽 신생국가들의 민주주의 정착과 헌법재판에 대한 국제 교류를 위해 만들어진 유럽평의회의 자문기관이다. 현재 유럽연합(EU) 47개국과 한국을 포함한 비유럽 13개국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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