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27일 북한과의 교역을 대폭 차단하는 내용의 강력한 독자 대북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고립이 한층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EU의 대북제재는 대량살상무기(WMD)에 연루된 인사들에 한정된 것이었다.
EU는 이날 각료이사회 결정을 통해 북한 항공기와 선박의 EU 영공 통과ㆍ기착ㆍ기항을 금지하는 내용의 독자제재를 부과했다. 아울러 수입금지 품목과 사치품 금수품목도 대폭 확대하고, 대북송금 및 금융서비스 규제를 한층 강화했다. EU의 이번 독자 제재는 앞서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에 담긴 모든 내용에 더해 EU 자체의 제재 조치를 추가한 것이다.
EU의 이번 독자 대북 제재로 북한과 유럽의 교역이 포괄적으로 차단할 것으로 평가된다. 이 중에는 북한이 소유ㆍ운영하거나 북한 승무원이 탑승한 항공기ㆍ선박이 아예 EU 회원국 공항과 항구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조치가 포함된다. 다만 북한이 운영하는 고려항공 국제선 중에 현재 EU 회원국에 취항하는 정기 노선은 없어, 실제 효과보다 국제 사회에서 북한의 고립을 천명하는 상징적 조치로 풀이된다.
북한이 타격을 입게 될 가장 강력한 조치는 북한 선박의 EU입항 금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180일 이내 북한을 기항한 제3국 선박의 국내 입항을 금지한 한국ㆍ일본의 조치보다는 수위가 약하지만, 북한의 해상 운송 활동에 상당한 타격을 줄 제재라는 분석이다.
대북 사치품 금수품목을 대폭 확대한 점도 주목할만하다. 이는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을 중심으로 북한 권력층의 사치품 향유를 제한해 심리적 위축 효과를 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유럽은 김정은 위원장이 선호하는 치즈와 와인, 부인 리설주가 착용하는 명품 브랜드의 옷과 액세서리 등 북한 상류층이 선호하는 사치품의 주요 생산처다. EU는 또 ▦대북교역 관련 수출신용 전면 금지 ▦대북송금 및 금융서비스 규제 강화 ▦대북 투자 금지 등의 제재를 부과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조치에 대해 “EU의 역대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인 대북 제재”라며 “강력한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는 EU 회원국의 단합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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