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전달 장소부터 오락가락, 檢-洪 지사 간 설전 예상
洪 측근들 윤씨 회유 정황 잇따라
리스트 인사 대책회의 등 사실땐 금품수수 인정할 '간접 증거'
구속영장 강수로 '기' 꺾을 가능성
영장 기각땐 수사 동력 약화 우려도
‘성완종 리스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이 8일 오전 10시 홍준표(61) 경남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다. 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이 사망 직전 폭로한 정치인 8명의 금품수수 의혹 규명을 위한 첫 번째 관문에 마침내 들어선 것이다. 금품로비 수사의 시작과 끝인 ‘공여자의 진술’이 부재한 이번 사건에서 홍 지사의 경우 ‘돈 전달자’가 특정되는 등 다른 7명에 비해선 그나마 수사단서가 많은 편이지만, 그의 혐의 입증까지 가려면 여전히 검찰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1억원 수수 상황, 세밀한 복원 이뤄졌나
지난달 13일 수사 착수 이후, 검찰이 광범위한 관련자들 조사와 자료 분석을 통해 복원해 낸 ‘문제의 1억원 전달 과정’은 이렇다. 2011년 6월의 어느 날, 윤승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은 한장섭 전 경남기업 자금담당 부사장한테서 1억원이 든 쇼핑백을 받았다. 성 전 회장 지시에 따라 당시 한나라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있던 홍 지사에게 전해주기 위해서였다. 윤씨는 친분이 있던 홍 지사의 보좌관 강모씨를 통해 홍 지사와 약속을 잡은 뒤, 아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여의도 국회로 향했다. 홍 지사를 직접 만나게 된 윤씨가 홍 지사에게 직접 쇼핑백을 전달했고, 홍 지사는 동석했던 나경범 당시 보좌관에게 이를 건네줬으며, 이후 나 보좌관이 돈을 들고 자리를 떠났다는 게 골자다. 윤씨는 네 차례의 검찰 조사에서 이 같은 진술을 일관되게 유지했다고 한다.
문제는 ‘돈 전달 장소’다. 홍 지사의 의원회관 사무실(707호)에서 돈을 주고받았다는 말이 있는가 하면, 의원회관 지하주차장에서 윤씨가 운전석의 아내가 보는 앞에서 차에서 내린 뒤 홍 지사의 에쿠스 승용차에 올라타 돈을 건넸다는 말도 나온다. 홍 지사는 이를 근거로 “윤씨 진술이 오락가락한다”고 신빙성을 의심하고 있다. 윤씨가 검찰에서 정확히 어떻게 진술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는데, 이 부분을 둘러싸고 검찰과 홍 지사 간에 설전이 예상된다. 검찰은 1억원 수수 혐의 입증의 ‘막판 다지기’를 위해 6일 밤, 국회에서 당시 방문기록과 의원회관 도면 등을 제출 받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홍 지사 캠프의 경선자금 회계자료를 확보했다. 또 소환 전일인 7일에는 윤씨와 홍 지사의 만남을 주선한 강씨를 지난 5일에 이어 재소환하기도 했다.
증인회유 지시했나, 리스트 8인 대책회의도?
홍 지사가 측근들을 동원, 윤씨 회유에 직접 개입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중순쯤 김해수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윤씨를 만나 “리스트 인사들 몇 명이 대책회의를 열어 말을 다 맞췄다. 당신 하나 수사에 협조한다고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면서 홍 지사에게 돈을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할 것을 종용했다고 한다. 특히 김씨는 “당신이 입을 잘못 놀리면 정권이 흔들릴 수 있다”고까지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지사의 또 다른 측근인 엄모씨도 비슷한 시기 윤씨를 회유하면서 “홍 지사 부탁을 받고 전화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씨는 이런 발언을 녹음한 파일을 검찰에 낸 것으로 알려졌으나, 홍 지사 측은 “홍 지사를 걱정하는 차원에서 한 이야기를 ‘회유’ 운운하는 것은 과하다”면서 “홍 지사의 ‘지시’가 있었다는 것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굳이 윤씨가 모든 과정을 녹음한 것이 그의 진술을 믿을 수 없는 증거라는 역공까지 취하고 있다.
구속영장 청구 ‘강수’ 둘까
검찰은 홍 지사 측의 회유 시도 경위나 리스트 인사들의 대책회의 개최가 사실인지도 면밀히 따져보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사법처리까진 어렵더라도, 공여자 진술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들 스스로 금품수수 사실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간접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측근들에게 증거인멸을 교사했을 가능성도 검찰은 염두에 두고 있다.
때문에 검찰이 홍 지사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정치자금법 위반죄의 경우 검찰 내부 기준으로 ‘2억원 이상 수수’가 구속영장 청구 기준이지만, 증거인멸 우려가 있고 다른 리스트 인사들과의 ‘말 맞추기’ 가능성이 높다면 외부와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홍 지사가 현란한 어휘와 법리를 동원한 ‘장외공방’을 벌이며 검찰 수사를 비판해 왔다는 점에서, 신병확보를 통해 홍 지사의 입을 막는 동시에 ‘기’를 꺾어 향후 수사 확대의 발판으로 삼을 개연성도 충분하다. 다만 영장이 기각되면 수사의 동력이 크게 떨어질 수도 있어 이 부분에 대한 검찰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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