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화풀이ㆍ경제적 이유 많아”
부산의 한 백화점 유아용품센터 직원들은 지난 여름 기억을 떠올리면 아직도 몸서리쳐진다. 지난해 6월부터 박모(39ㆍ여)씨 등 고객 2명이 이 백화점에서 사간 유아용 신발과 옷을 몇 달 동안 사용한 뒤 가져와 “흠이 있다”며 툭하면 환불을 요구하고, 거절 당하면 장시간 소란을 피우면서 영업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박씨 등은 올해 7월까지 11차례나 직원들을 괴롭혔고 환불액은 500여만원에 달했다. 참다 못한 직원들의 신고로 경찰에 적발된 이들은 “이혼하고 양육비가 부족해 생떼를 썼다”고 진술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블랙컨슈머(악성 소비자)’ 5명 중 2명은 박씨 같은 사회적 약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은 지난 9월부터 100일간 갑질 횡포 집중단속을 벌인 결과 7,663명을 검거해 이 중 288명을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유형별로는 블랙컨슈머가 가장 많은 3,352명으로 전체의 43.7%를 차지했다. 직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폭행과 인사비리 1,076명(25%), 거래관계에서 리베이트 비리 610명(14.1%) 등 순이었다.
적발된 블랙컨슈머를 직업군별로 분류한 결과 무직자, 일용직 근로자 비율(35.1%)이 가장 높았다. 다른 갑질 가해자 중 개인사업가ㆍ회사원(42.3%)이 최다인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특징이다. 사회 전체적으로 ‘을’ 입장에 있는 사람들끼리 또 다른 갑질을 하고 있는 셈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사회적 약자들이 경제적 이유나 화풀이 대상으로 우월적 지위를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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