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결집 움직임에 경계
민주당 “긴장의 고삐 바짝 죄어야”
국민의당 단일화에 거듭 선 그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바른정당 의원 13명의 탈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지지 선언을 “철새의 부활”이라며 한 목소리로 비판하면서도 경계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탈당파의 행보가 일주일 남은 대선 정국에서 보수층 결집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 역시 다분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2일 바른정당 의원들의 탈당에 대해 “철저한 자기 부정이자 스스로 국정농단 세력의 일원이었음을 입증한 셈”이라며 “국정농단 세력에 백기 투항한 철새 정치인들은 더 이상 국민과 보수를 언급하지 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추미애 대표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본부장단 긴급회의에서 “자신의 손으로 뽑은 후보를 흔들다 집단 탈당하고, 적폐라고 비판하던 후보를 지지하는 행위야 말로 정치 적폐”라며 “어떤 이유나 명분도 결국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지원 사격을 이어갔다.
우상호 공동선대위원장은 바른정당 변수를 주시하면서 내부 결속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막판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며 “숨겨진 보수가 총결집하면 결과가 알 수 없는 판으로 바뀐다”고 경고했다. 홍준표 후보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보수층 결집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본 것이다. 문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비판과 외부 메시지와 별개로, 우 위원장이 내부에 긴장감을 불어 넣고 있다”며 “추세는 이어가되 긴장의 고삐는 바짝 쥐어야 한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안철수 후보 측은 바른정당의 집단탈당을 ‘양극단 패권정치의 부활’로 비판한 뒤, 제3당으로서의 합리적 중도 성향과 대비시키는 데 주력했다. 안 후보는 이날 오후 열린 중앙선대위 긴급 회의에 참석해 “국민을 둘 셋으로 나누고 심지어 궤멸시키겠다는 세력이 부활하고 있다. 문재인과 홍준표 후보를 뽑으면 보복정치가 재현될 것”이라며 “역사의 퇴행이 없도록 반드시 대선에서 이기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문 후보를 이기기 위해 단일화하라’는 이야기를 과장 않고 천 번은 들었다”면서 “표를 더 얻기 위해 단일화하는 것은 국민의 뜻이 아니다”고 후보 단일화 요구에 재차 선을 그었다.
안 후보 선대위도 인위적 단일화 없는 완주 쪽으로 뜻을 모았다. 박지원 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후보 단일화를 이야기할 때가 아니라 안철수의 장점을 알리는 정책과 메시지를 내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바른정당의 집단탈당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선대위 관계자는 “바른정당 의원들을 한국당에서 받느냐 마느냐를 두고 내홍이 발생하면 ‘결국 보수는 저 수준이구나’라는 인식이 퍼질 것”이라며 “잠시 홍 후보에 관심을 보인 중도ㆍ보수층이 이번 사태로 다시 안 후보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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