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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당국의 개념 없는 중견국 외교

입력
2014.09.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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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들어 우리 외교의 가장 두드러진 고민 중 하나는 우리의 국제위상과 종합국력의 수준에 걸맞게 어떻게 하면 세계평화와 발전에 중견국으로서 이바지할 수 있는가였다. 박근혜 정부가 이런 외교적 염원을 주요 국정과제의 하나로 선정할 정도였다. 그런 고민 끝에 작년 9월 우리의 주도로 멕시코 인도네시아 터키와 호주 등 4개국이 참여하는 이른바 ‘중견국 협의체 (MIKTA)’를 결성했다. 이는 21세기 우리 외교당국의 염원 중의 하나를 실질적으로 실현시킨 쾌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25일 뉴욕서 예정된 3차 중견국 협의체 외교장관회의를 앞두고 우리의 외교당국은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다.

그러나 협의체의 실체가 이미 실패를 예견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견국 외교의 기본 개념, 원칙과 전략적 생각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다. 협의체 구성에 기본적으로 충족돼야 할 구성원의 선정 원칙과 참여의 개방성이 없어 보인다. 우리 외교당국은 협의체의 결성목표를 ‘범세계적 도전 및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능동적으로 기여한다’고 했으나 과연 구성원들의 면모를 보면 능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 모든 문제가 중견국 외교의 무지에서 기인한다.

중견국 외교의 첫 번째 성공조건은 중견국 스스로가 외교적 독립성, 일관성, 연속성, 포용성, 그리고 주도성(리더십)의 구비다. 외교적 독립성은 그야말로 자주독립적인 외교정책의 구사 능력이고 일관성과 연속성은 처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공동이익의 구현을 위한 일관된 외교정책의 견지 능력이다. 포용성은 이데올로기, 가치, 종교 등의 벽을 넘어 인류의 공동 이익을 위해 국제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수용할 수 있는 정책 추진의 능력이다. 주도성은 중견국이 속한 지역에서나마 역내 국가들을 공동의 목표로 견인할 수 있는 리더십이다. 우리가 선정한 국가들은 지리적 분배를 감안한 것이나 이들의 피상적인 위상에 따른 결과다. 인도네시아가 동남아에서, 터키가 중동에서, 멕시코가 중남미와 남미에서 중견국 외교를 발휘하기는 역부족이다.

두 번째 중견국외교의 협의체 성공 조건은 중견국의 연대를 강화할 수 있는 매개체의 유무에 있다. 이들 국가들의 다른 지역 현안에 대한 관심 정도와 실질적으로 추구하는 이익의 유무에 따라 이들 간의 연대 수준이 결정될 것이다. 특히 지역현안을 능동적으로 대처하는데 이는 관건적인 요인이 될 것이다. 일례로 이들 국가 중 한반도문제에 능동적으로 움직일 국가는 누구이며 중동문제를 위해 누가 역내국가의 설득에 나설 것인가? 호주는 인도네시아를 자기 영역권의 나라로 치부하는데 대등한 협력관계를 기대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마지막으로 중견국 외교의 성공조건은 대국과 지역강대국의 관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의 유무에 있다. 중견국의 외교적 사명은 대국과 지역강국의 강권정치에 견제와 균형(checks and balance)을 하는 것이다. 또한 중소국의 입장과 인류공동의 이익을 중간자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관철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견국 외교의 성격은 국제사회의 도전과 지역 현안에 능동적으로 공동 대응하기 위한 세력규합의 장(rallying point)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어느 나라가 브라질을 견제하고 균형을 잡는데 멕시코를 믿고 따를까? 동남아에서는 누가 인도네시아를 신뢰할 것인가? 터키의 중동 위상은 또 어떠한가?

우리 외교의 숙원 사업 중 하나가 중견국 외교다. 그러나 첫 단추를 통념에 꾀어 실효성이 유실될 위기에 있어 안타깝다. 피상적인 국력의 개념이 아닌 본질에서 출발하는 중견국 외교를 추구해야 한다. 중견국가의 외교조건, 수행능력, 상관관계와 역학관계를 면밀히 따져볼 때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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