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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설 특수학교 설립,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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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설 특수학교 설립,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입력
2017.06.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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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경기 안양시에 살고 있는 A(47)씨의 아들은 올해 10세가 됐지만 아직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A씨 아들은 뇌병변지체장애 1급의 장애를 갖고 있는데, 인근 특수학교는 수년째 정원 초과 상태이기 때문이다. A씨는 아들의 자리가 날 때까지 어린이집을 보내며 기다리는 중이다.

하지만 특수교육대상자가 초등 4학년 연령까지 교육기관에 입학하지 않을 경우 보호자가 고발조치를 당할 수 있어 A씨는 더욱 절박한 처지가 됐다. A씨를 상담한 이경아 한국장애인부모회 부회장은 최근 논의되는 일반 학교의 빈 교실에 ‘병설 특수학교’를 설립하는 안에 대해 “그나마 대안으로 보인다”면서도 “부모들로서는 교육당국이 탁상공론이 아닌 현실적인 안을 제시할 때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과 의회가 제안한 ‘병설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법개정 안에 대해 교육부가 이르면 이달 말까지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특수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일반 학생들과 분리시켜 사회적응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는 의견과 ‘열악한 교육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교육부에 따르면 신체적 장애 등을 이유로 특수교육을 받아야 하는 대상은 2016년 4월 기준 총 8만7,000여명이다. 이 가운데 2만5,467명이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4만6,645명은 일반 학교의 특수학급에, 1만5,344명은 일반학급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문제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 등으로 특수학교 추가 설립이 어려워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할뿐더러 일반학교 내 특수학급 역시 특수교사 1, 2명이 다양한 장애를 앓는 아이들을 모두 보살피면서 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31개 시ㆍ군ㆍ구 가운데 12개는 특수학교가 없는 상황이라 중증장애학생이 어쩔 수 없이 일반학교에 배치되거나 1시간 이상 원거리 통학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경기도교육청은 수년 전부터 초ㆍ중등 교육법을 개정해 특수학교도 일반학교에 병설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상당수 장애아 학부모들은 병설 특수학교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표는 “최대한 일반학급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는데 병설이 생기면 조금만 일반ㆍ장애 학생간 마찰이 생겨도 병설로 내몰리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라며 “결국은 아이들이 사회로 나가 일반 아이들과 섞이기는 더 어렵게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 병설 특수학교를 긍정적으로 검토해 봐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이 부회장은 “기존 특수학교는 이미 포화상태를 넘었고 유ㆍ초ㆍ중ㆍ고 과정을 한 학교에 담으면서 생기는 문제도 있어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일부 학부모들은 “일반학교 내에서 차별을 당하느니 추가 특수학교를 세우는 것만이 해법”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다.

교육부 내부에서는 병설 특수학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우세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전문가들을 상대로 비공개 의견을 취합한 결과 병설 안은 장애아동의 사회 통합을 더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다만 경기도의회까지 나서 제안한 만큼 각계각층의 의견을 신중하게 수집해 이르면 이달 말 새 장관이 임명되고 나서 방침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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