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백씨 향해 물대포 계속 쏴
내 몸으로 막으려 했다가 넘어져
부딪힐까봐 양손 벌려 바닥 짚어
경찰, 작년 조사과정서 묻지 않아
일베 이용자 등 곧 명예훼손 고소
“경찰이 이미 쓰러져 있는 시민을 향해 마치 게임을 하듯 물대포를 직사하고 있었다. 내가 몸으로 물줄기를 막으면 다른 사람들이 쓰러진 시민(고 백남기씨)을 안전한 곳으로 옮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도중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고 백남기씨의 몸 위로 넘어진 이른바 ‘빨간 우의’ A씨가 당시 상황에 대해 입을 열었다. 사고 발생 11개월, 백씨 사망(지난달 25일) 이후 25일만이다. ‘빨간 우의’란 당시 A씨가 입고 있던 우의 색깔로 인해 붙여진 별칭으로, ‘일간베스트’ 등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A씨가 백씨를 가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찰과 검찰 역시 백씨가 물대포가 아닌 제 3자와의 물리적 충돌로 인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부검영장을 발부 받았다.
40대 남성인 A씨는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몇몇 기자와 만나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A씨는 “당시 대열 왼쪽에 서 있다가 대열 오른쪽에서 쓰러진 백씨를 돕기 위해 접근했고, 그에게 직사 중인 물대포를 몸으로 막으려 했지만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혹시라도 백씨 몸 위로 쓰러질까 봐 양손을 벌려 아스팔트 바닥을 짚었고, 그러다 보니 (자세가 낮아져) 백씨의 얼굴을 아주 가까이서 또렷이 보게 됐다”고 말했다. A씨가 손으로 백씨를 가격하거나 접촉한 사실이 없다는 얘기다.
이날 자리에 함께 참석한 민주노총 관계자는 A씨의 무릎이 백씨의 복부를 밟았다는 주장과 관련 “영상을 분석한 결과 A씨 무릎이 백씨 복부에 닿았을 때 백씨의 머리가 전혀 움직이지 않는 등 경미한 접촉이었다”고 밝혔다.
A씨는 또 경찰 조사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11일 서울남대문경찰서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경찰이 사진자료 등을 제시하며 당시 내가 입고 있던 옷, 가방, 구호외치는 모습 등을 모두 확인했다”면서도 “유독 백씨에게 접근하고 물대포를 맞아 쓰러지는 장면에 대해서만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11개월 간 경찰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지 않았다. A씨는 ‘빨간 우의’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자 경찰이 이를 확인해보려다가 스스로도 허무맹랑한 주장이라는 판단이 들어 수사를 종료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본인이 언론에 나설 경우 본질이 가려질 우려가 있어 노출을 꺼렸지만, 지난 주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보던 중 ‘빨간 우의’에 대한 논란이 다시 점화하는 것을 보고 입장을 밝히기로 결심했다. 이날 동석한 민주노총 법률원 김성진 변호사는 “(‘빨간 우의 가격설’을 주장한) ‘일베’ 사이트 이용자 등을 조만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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