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처리에 시간ㆍ노동력 많이 들고
채취시기 짧아 400g에 7만원선
지난 달 10일 경북도교육청 산하 울릉교육지원청 직원 3명이 근무 시간에 출장처리하고 산나물을 채취했다. 이들은 울릉읍 사동리 울릉통합중학교 예정지에서 채취한 산나물을 삶아 교육지원청 건물 옥상에서 말리는 작업까지 했다.
이른바 ‘산나물채취 출장’을 둘러싸고 경북도교육청이 특별감사를 벌이는가 하면 경찰까지 수사에 나서면서 문제의 산나물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3일 경북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이들 직원이 채취한 산나물은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것으로 알려진 섬고비로, 참고비라고도 불린다. 고비는 양치식물 고사리과 식물로, 일반 고사리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식감이 훨씬 뛰어나고, 가격이 한우 로스용보다 2배 이상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육지에서 나는 고비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식감이 좋다는 게 현지인들의 전언이다.
실제 울릉도에서 재배한 건조 섬고비는 400g에 7만원 선으로, 제주에서 채취한 자연산 고사리보다 30~40% 비싸다. 농협e고기장터에서 판매 중인 쇠고기 안심 1+ 냉장육 1㎏과 비교하면 2.5배, 등심(2등급, 1㎏당 3만8,000원)의 4~5배다.
울릉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울릉도 고비가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은 채취시기가 짧고 삶고 말리는 등 후처리 과정에 많은 시간과 노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섬고비는 육지의 고사리나 고비처럼 재배 그 자체는 쉽다. 울릉지역 섬고비 재배면적은 30㏊에 이르고, 섬 어디서나 잘 자란다. 해안가 곳곳에서 자생하고 있다.
하지만 먹을 만큼 자랐다 싶으면 곧바로 잎이 피기 때문에 채취가능 기간이 4월 한 달밖에 되지 않는다. 건조 과정도 복잡하다. 일반 나물과 달리 삶았다가 말리기를 2번을 반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보기에도 좋지 않고 식감을 떨어뜨리는 부분과 독성도 제거할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치면 울릉도 고비는 굵은 실처럼 가늘게 변한다.
울릉도에 사는 한외자씨는 “가격은 비싸도 먹어보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한 주먹이면 온 식구가 먹어도 충분하고, 그 맛은 육지고사리와 비교한다는 자체가 섭섭할 정도”라고 고비 예찬론을 펼쳤다.
장병태 울릉농업기술센터 소장은 “과거 마이클잭슨이 한국에 와서 먹은 비빔밥에 울릉 섬고비가 들어가 이목을 끌기도 했다”며 “울릉군도 몸에 건강한 산채나물로 가장 귀한 나물로 섬고비를 지정해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