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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밭으로 달려간 크라우드 펀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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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밭으로 달려간 크라우드 펀딩

입력
2016.08.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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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ㆍ3차 산업에 투자 예상 깨고

모집 금액 31%가 농업 분야에

농부들, 종잣돈 해결에 함박웃음

수요 파악 쉽고 위험도 분산시켜

일부 농민에만 투자 집중 아쉬움

인터넷 미숙해 중도포기 사례도

후원형 농산물 크라우드 펀딩 기업의 대표주자 '농사펀드' 홈페이지 캡처 화면.
후원형 농산물 크라우드 펀딩 기업의 대표주자 '농사펀드' 홈페이지 캡처 화면.

부산 기장군에서 민들레를 재배해 진액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경민들레’의 김미선 대표는 최근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2,000만원의 목돈을 투자 받았다. 김 대표가 사업확장에 성공해 이윤을 창출하면 김씨에게 투자한 투자자들은 그에 따른 이윤을 보유한 지분만큼 나눠가질 수 있다. 김 대표는 “사업확장을 하고 싶어도 목돈이 없어 고민했는데, 크라우드펀딩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고 했다.

온라인상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십시일반 돈을 거둬 사업자금을 마련하는 크라우드펀딩은 벤처 제조업이나 신생 서비스업 등 기술력은 있으나 자금이 부족한 2·3차 산업에 많이 활용될 것으로 예상됐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실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가장 활발한 투자가 이뤄지는 분야는 1차산업인 농업이었다. 크라우드펀딩이 농업 분야에서 종잣돈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1일 크라우드펀드 중개업체 인크에 따르면 지난달 3주차까지 크라우드펀딩 모집금액은 농업분야가 31%로 가장 많았고, 콘텐트 분야 27%, 제조업 분야 23% 순으로 투자를 받았다. 크라우드펀딩은 크게 후원형과 증권형으로 나뉘는데, 후원형은 투자금액에 상응하는 만큼 재배한 농산물을 돌려주는 방식이고, 증권형은 투자금액에 따라 수익 또는 지분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증권형은 올해 초부터 시작돼 아직 매우 초기단계인 반면, 후원형의 경우 비교적 활성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후원형 농산물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인 ‘농사펀드’는 작년 2월 출범 당시만 해도 펀딩에 참여하는 농부는 3명, 이에 투자하는 소비자는 200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농부 100여명과 소비자 5,500여명이 참여할 정도로 급속히 규모가 커지고 있다. 또 지난달 농림축산식품부가 온라인 상에 문을 연 농식품 크라우드펀딩 전용관도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다. 현재 5개 농식품 관련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 중 모집을 마감한 2개 기업의 경우 각각 목표금액 5,000만원, 1억원을 초과 달성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대개 수천만원에서 많아야 1억원 수준이었던 목표금액도 최근에는 상향되는 추세다. 양어장과 수경재배를 결합한 친환경 농법을 지향하는 농장 ‘팜잇’의 경우, 정보통신기술(ICT)을 접합한 농업시설 건축비와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올해 6월, 7월에 각각 7억원을 목표금액으로 설정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해 목표액을 채우는데 성공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농산물 크라우드펀딩의 장점은 농부가 대형 유통업체를 끼지 않고도 판로를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재해 등의 예상치 못한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 유통업체를 통해 농산물을 판매하면 제 값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있고, 가뭄이나 태풍 등으로 농사를 망치면 그 피해를 농부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하지만 크라우드펀딩을 이용하면 후원형의 경우 계약재배처럼 재배 전에 펀딩을 진행해 수요를 미리 파악할 수 있고, ‘투자’ 개념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농사를 망쳐도 농부가 입는 피해가 적어진다. 충남 부여에서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을 조달해 재배한 친환경쌀과 시래기 등을 판매하는 농부 조관희씨는 “영농자금을 빌리러 은행에 가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내 농산물의 가치를 알아줘서 좋다”라고 말했다.

물론 농산물 크라우드펀딩이 보다 활성화되기 위해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일부 농부들에게만 펀딩이 집중되고 있고, 온라인을 통해 투자자를 유치하는 특성상 50~60대 고령농이 대부분인 농업 분야에서는 농부들이 인터넷에 익숙지 않아 도중에 포기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박종범 농사펀드 대표는 “농부들이 돈 걱정 없이 농사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게 크라우드펀딩의 목적”이라며 “이에 맞는 인프라와 함께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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