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신안선 발굴작업이 시작
잠수인력 없어 해군 도움 받기도
현재 수중 고고학은 선진국 수준
내달 수중문화재 발굴 기획전 등
국민과 소통하는 연구소로 도약
임진왜란 해전 유적도 조사 계획
“임진왜란 당시 명량대첩의 격전지인 전남 진도군 울돌목에서 거북선과 판옥선을 찾아낸다면, 저나 연구소로선 크나 큰 행운이죠.”
전남 목포에 위치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650여년 전 전남 신안 바다 속에 가라앉은 원나라 교역선인 신안선을 발굴해 낸 주역이자 국내 수중고고학의 메카다. 이귀영(사진) 소장은 “40년 전 발굴된 신안선은 우리나라 수중고고학이 탄생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며 “중국에서 출발해 일본으로 가던 무역선인 신안선이 침몰 후 650여년이 지나 발견된 것은 연구소의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지난 1976년 10월 전남 신안군 증도 앞바다에서 보물선으로 불리는 신안선 발굴작업이 시작된 지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당시 신안선 발굴에 잠수인력이 없어 해군(해난구조대)의 도움을 받아 발굴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나라 수중발굴(수중고고학)도 무안군 도리포 유적과 군산 비안도 발굴 등을 거치면서 현재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 등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1981년 신안선 보존처리를 위한 ‘목포 보존처리장’에서 출발했다가 해양유물전시관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이 소장은 “신안선 발견은 잠수부터 보고서 발간, 발굴 방법과 장비개발, 수중탐사 등 우리나라 수중고고학이 크게 발달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수중발굴조사를 전담하는 해양문화재연구소는 우리나라 전 해역의 수중문화재 조사와 보호, 관리를 맡고 있으며 이를 위해 국내외 교류협력 등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수많은 문화재 발굴 현장이 있지만 바다에서 문화재가 발견되면 세상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집중된다. 이는 바다에 대한 동경과 신비감도 있지만 무엇보다 인류 역사와 문화를 담은 ‘타임캡슐’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돋보이기 때문이다.
바다 속 유물들의 경우 오랜 세월 동안 해양 퇴적물 등이 쌓이면서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게 많아 당시 생활상과 문화 등을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제 1323년 침몰한 신안선은 수중발굴 과정(1976~84년)에서 도자기, 향료, 금속공예품, 동전류 등 유물 2만5,000여점을 토해내면서 당대 동아시아 해상교역로가 얼마나 역동적이고 엄청난 물동량을 지녔는지를 보여줬다. 특히 신안선에서 동전 800만개가 나왔는데, 이를 무게로 따지면 28톤에 달했다. 이 소장은 “배가 이동하는 과정에 중심을 잡기 위해서 배 밑 바닥에 무게가 나가는 것을 싣게 되면서 동전과 고급목재인 자단목을 싣게 되었다”며 “중국 동전은 일본에서도 화폐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었고, 대형 불상을 만드는 소재로 사용됐기 때문에 많은 양이 실렸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생명을 담보로 수중발굴에 나서 유물들의 훼손을 막고, 바다 속에 묻힌 역사를 밝혀 내는 게 연구소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소 측이 4일까지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이라는 주제로 특별전시회를 갖고 신안선에서 발굴한 유물 2만5,000여 점을 선보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연구소 측은 이번 전시회를 전국 순회전시로 진행키로 했다. 특히 내년 초엔 목포에서 전국 최초로 신안선과 유물들을 함께 볼 수 있는 전시회도 계획 중이다.
해양문화재연구소는 신안선 발굴과 한국 수중발굴 40주년을 맞아 국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도 마련한다. 연구소는 신안선이 발굴이 시작됐던 10월 26일을 기념하기 위해 특별전을 기획했다. 먼저 한국 수중문화재 발굴 40년 성과란 주제로 다음달 25일부터 내년 1월 30일까지 기획전을 갖는다.
두 번째로는 국제교류전으로, 중국 명대 침몰선인‘남오1호’에서 발굴된 유물을 가지고 11월 29일부터 3월 1일까지 전시회를 할 예정이다. 또 다음달 26일부터 사흘간 증도에서 일본과 중국 등 세계적인 학자들을 참여해 신안선에 대한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국제학술대회를 연다. 연구소는 ‘해저타임캡슐 문명을 건지다’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제작, 10월에 방송을 통해 중국과 국내에서 동시에 방영하고 인문교양도서‘한국의 수중고고학’, 학술지‘해양문화재 특집호’등도 발간한다.
이 소장은 “목포 연구소는 해양문화재 조사, 연구, 보존, 전시, 교육 기능을 가진 기관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라며 “앞으로 목포와 태안에 생길 전시관 등은 수려한 해변에 위치한 환경을 활용하여 국민들이 가보고 싶은 명소가 되도록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소장은 “해양문화재연구소는 올해를 시작으로 향후 10년을 한국 수중발굴 50주년을 맞이하는 재도약으로 삼아 다양한 사업을 펼쳐나갈 계획”이라며 “연구소는 해양문화유산발굴에서 전시까지 대국민 원스톱 서비스로 국민과 소통하기 위한 기관으로 역학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임진왜란 해전유적 등이 분포하고 있는 남해유적을 찾아 조사할 계획”이라며 “실제로 거북선과 판옥선, 파손된 일본선 등이 발견된다면 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역사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목포=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