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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셀프 조사’ 한계 드러낸 檢 성추행 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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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셀프 조사’ 한계 드러낸 檢 성추행 조사단

입력
2018.04.26 19:4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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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 전 검사장이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한 게 사실이며 이를 덮기 위해 보복인사를 했다는 검찰 수사결과가 나왔다.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은 26일 서 검사 인사에 부당 개입한 혐의로 안 전 검사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등 전ㆍ현직 검찰 관계자 7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 검사 측은 “검찰의 수사 의지와 능력, 공정성이 결여된 부실 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사단은 우선 “안 전 검사장의 성추행 의혹은 사실이나 고소 기간이 지나 입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추행 발생 5년이 지난 2015년 소문이 검찰 내에 돌자 안 전 검사장이 이를 은폐하는 과정에서 부당인사에 대한 지시를 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성범죄 가해자인 상급자가 피해자에게 인사상 불이익 등 ‘2차 피해’를 가한 전형적인 권력형 비위임이 확인된 것이다. 검사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정의 관념과 인권 의식은커녕 그 후안무치가 놀라울 정도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 과정과 결과는 납득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검찰은 서 검사 폭로 이틀 뒤 전담 조사단을 출범시켰다. 법무부 검찰국을 압수수색해서 인사자료도 확보했다. 하지만 신병처리와 기소 여부 결정을 계속 미뤘다. 중요 참고인인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 소환조사에도 실패했다. 결국 문무일 검찰총장이 직권으로 이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넘겨 구속기소 의견이 나오자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85일이라는 장기간 수사를 진행하고도 영장이 기각된 부실 수사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피해 회복’이라는 조사단 명칭에도 불구하고 2차 가해자에 대한 조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것도 부실 수사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서 검사는 폭로 직후 검찰 내부에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는 등의 말이 급속도로 퍼지자 수사의뢰를 했으나 조사단은 “증거가 부족하거나 사실이 아니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 특유의 조직보호 논리에 따른 비협조에 막힌 것이다. 애초 우려대로 ‘셀프 수사’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이른바 ‘폭탄주’로 상징되는 검찰의 단단한 마초 문화를 깨지 못한 것도 아쉽다.

서 검사의 폭로는 국내에서 본격적인 ‘미투 운동’을 점화시켰다. 문화예술계와 정치권, 대학 등 전방위적으로 확산됐다.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가 발생하고 음모ㆍ공작 등의 방해와 폄훼도 있었지만 도도한 물결은 멈추지 않았다. 서 검사의 용감한 고발이 우리 사회의 성차별 인식과 구조를 깨는 계기가 되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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