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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 의견 안 구한 위안부 합의는 부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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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 의견 안 구한 위안부 합의는 부적절”

입력
2016.01.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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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 가르치는 외국인 신분으로

국정화 등 국내 이슈 적극 참여

“소녀상 어디에 둘지는 한국 국민 판단

일본 정치권, 위안부 연구 비난ㆍ방해

인식 바꾸지 않는 한 해결 어려워”

다음달 정년 퇴임을 앞둔 이케 스스무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가 10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타결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는 위안부 문제의 궁극적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다음달 정년 퇴임을 앞둔 이케 스스무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가 10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타결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는 위안부 문제의 궁극적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피해 할머니들의 의견을 구하지 않은 일본군 위안부 합의 방식은 부적절합니다.”

올 2월 정년 퇴임을 앞둔 일본인 노교수의 눈에도 지난달 한일 외교장관이 발표한 위안부 합의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궁극적 해결책이 아니라 불공정한 외교 수사(修辭)로 가득한 미봉책으로 보이는 듯했다. 이케 스스무(池享ㆍ66) 서울대 역사교육학과 교수는 10일 본보와 인터뷰에서 “과정은 둘째 치고 위안부 합의문에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은 일본에 유리한 결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케 교수는 내달 한국에서 30년 학자 생활을 마무리한다. 그는 1987년 사회과학 분야 연구로 유명한 일본 도쿄의 히토쓰바시(一橋)대에서 일본 경제사를 가르치며 교수로 첫 발을 내디뎠다. 한국과의 인연은 90년대 중반 시작됐다. 서울대 인문대 교수들과 교류하며 양국의 전쟁 관련 조약과 법 등에 대해 토론했고, 겉으로 드러난 역학관계 뒤에 숨은 힘의 불균형 문제에 천착하면서 한국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됐다. 마침 서울대도 국제화에 열을 올리던 시점이어서 2014년 9월 젊은 역사학도들과 소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방인 신분이었지만 이케 교수는 지난해 10월 국정 역사교과서 사태가 터졌을 때 국정화에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 382명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적극적 목소리를 냈다. 그는 “국적을 떠나 정부가 교과서를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를 없애려는 것을 보고 학자의 양심을 저버릴 수 없었다”고 했다.

한일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과거사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이케 교수는 “복잡한 변수가 뒤섞여 있는 외교와 역사인식을 동일시해서는 안 되지만 절차가 정당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대외적 외교관계를 감안, 위안부 이슈에 관해 어떻게든 타협점을 찾으려 했고 성공을 거뒀다고 볼 수도 있지만 피해자들을 충분히 배려하지 못한 탓에 근본적 해결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는 일본 정부와 정치권에도 일침을 가했다. 이케 교수는 “일본 정부는 합의 후속조치로 집요하게 위안부 소녀상 이전을 요구하나 박해의 상징물을 어디에 두느냐는 전적으로 한국 국민이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또 “일본에서는 일부 학자들이 위안부 문제의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하면 보수정당인 자민당 국회의원이 공개적으로 비난을 하며 이를 방해한다. 학자들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해도 국가 차원에서 기소가 지연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위안부란 용어 자체를 금기시하는 일본 정치권의 인식을 바꾸지 않는 한 단순한 외교적 타협만으로 완전한 해결책은 찾기는 어렵다는 것이 이케 교수의 판단이다.

이케 교수는 퇴임을 해도 8월까지 서울대에 방문교수 신분으로 머물며 한국 학생들을 지도할 계획이다. 그는 “역사적으로 치열하면서도 밀접하게 교류한 두 나라가 한 차원 높은 상생의 관계를 정립하려면 결국 서로에 대한 역사를 보듬고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라며 “아직 한국에서 연구가 활발하지 않은 일본 중세사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면서 남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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