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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활용 석유제조로 고부가가치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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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활용 석유제조로 고부가가치 창출

입력
2017.02.1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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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여종 원유 분석 데이터화

최적의 배합비율로 고품질 생산

윤활기유 점유율 40% 세계 1위

“국가별 특성 맞춘 생산이 비결”

7일 울산 남구 SK이노베이션 6번 수출 부두에서 미국 국적 유조선 야사호크호가 항공유를 싣고 있다. 김진룡 SK이노베이션 석유출하팀 선임대리는 “배에 연결된 파이프인 로딩암(loading arm) 하나로 시간당 1만5,000배럴을 선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7일 울산 남구 SK이노베이션 6번 수출 부두에서 미국 국적 유조선 야사호크호가 항공유를 싣고 있다. 김진룡 SK이노베이션 석유출하팀 선임대리는 “배에 연결된 파이프인 로딩암(loading arm) 하나로 시간당 1만5,000배럴을 선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울산 남구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 6번 수출 부두에선 미국 국적의 유조선 ‘야사호크’호가 이틀째 항공유를 선적하고 있었다. 항공유는 국내에서 수출되는 석유제품 가운데 경유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날 야사호크호가 실은 항공유는 민간 여객기에 주로 쓰이는 연료인 제타유(JetA-1)였다. 오후 늦게 31만5,000배럴의 급유가 끝나자 배에 연결됐던 파이프의 일종인 로딩암(loading arm) 해체 작업이 이어졌다. 로딩암 하나는 1시간에 1만5,000배럴의 원유나 석유제품을 싣고 내릴 수 있다.

지난해 울산CLX 8개 부두에서 해외로 수출된 석유제품은 2억191만배럴에 달한다. 하루로 따지면 50만배럴이 넘는 양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사용된 전체 석유제품 소비량(하루 평균 250만배럴)의 5분의 1과 맞먹는 물량이 이 곳을 통해 수출되고 있는 셈이다.

김진욱 SK이노베이션 석유출하팀 과장은 “울산CLX의 대형 부두에는 하루도 빠짐 없이 대형선박을 통해 끊임없이 원유 수입과 석유제품 수출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도 6, 7번 부두에선 수입 원유 하역과 수출 석유제품 선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이처럼 국내 정유업체들은 수입한 원유의 절반 가량을 고부가가치 석유제품으로 바꿔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국내 기업의 석유제품 수출 물량은 2013년 4억2,929만배럴, 2014년 4억4,882만배럴, 2015년 4억7,743만배럴, 2016년 4억8,819만배럴로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액 4,955억달러 가운데 석유제품은 264억1,800만달러, 석유화학제품은 361억5,400만달러로 12.6%를 차지했다. 622억2,800만달러어치를 해외에 내다 판 반도체보다도 많은 액수다. 전통적인 수출 주력 산업이었던 조선, 자동차, 철강의 부진 속에 석유화학 제품이 반도체와 함께 ‘쌍두마차’가 돼 우리 수출을 이끌 수 있는 것은 고도의 기술력 덕분이다. 원유를 최대한 싸게 들여온 뒤 축적된 기술력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고, 빅데이터를 이용해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정유사들 중에서도 특히 수출 비중이 높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75% 이상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수출된 석유제품의 40% 이상이 SK이노베이션 제품이었다.

SK이노베이션이 들여오는 원유는 전 세계 300여종에 이를 만큼 다양하다. 원유에 따라 성분과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적절히 배합하기 위해서는 성분 분석이 필수적이다. 엄주필 SK이노베이션 석유품질관리팀 총반장은 “과거에는 중동 지역에서 주로 원유를 수입해왔지만 원유 수입 다변화 때문에 이제는 아시아, 유럽, 미국, 아프리카 등 전 세계 유종들이 거의 다 들어온다”며 “300여종의 원유 시료를 분석해 데이터화한 다음 가격, 환율, 공장가동률, 원유 수급률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최적의 원유 배합 비율을 찾아낸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방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성분이 좋지 않은 값싼 원유에서도 배합ㆍ처리 과정을 거쳐 고품질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고급 윤활기유 제품이다. 윤활기유는 윤활유의 원료인데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루브리컨츠를 통해 세계 고급 윤활기유 시장의 40%가량을 장악하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엑손 모빌, 쉘에 이어 세계 3위의 생산량을 자랑한다.

비결은 수출 국가별 특성에 맞는 제품 생산이다. 최원근 SK 루브리컨츠 생산팀 과장은 “윤활기유는 어떤 첨가제를 쓰고 어떤 비율로 배합을 하느냐에 따라 성능이 크게 달라진다”며 “러시아에서는 혹한의 날씨에도 얼지 않는 제품을 만들고, 고온의 날씨가 지속되는 중동 지역에는 높은 점성이 계속 유지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식으로 지역별 제품을 특화해 수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사업 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4,685억원으로 2015년과 비교해 59%나 증가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끊임없는 기술 혁신과 과감한 투자로 세계 시장에서 수출 점유율을 높이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글ㆍ사진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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