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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이 심폐소생술로 50대 아저씨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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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이 심폐소생술로 50대 아저씨 살렸다

입력
2015.04.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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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수명초교 4학년 이수빈양

4시간 전 강서소방서에서 배운

마네킹 실습 떠올리며 흉부압박

길에서 3분 만에 의식 되찾게 해

"친구들과 이웃도 함께 배웠으면"

지난 9일 오후 7시4분 서울 강서소방서에 다급한 전화가 걸려 왔다. 강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부근에 50대 남성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으니 구급차를 빨리 보내달라는 신고였다. 곧 소방서 현장 대응단이 출동했고, 신고 4분 뒤 현장에 도착했다. 강서소방서 박지은 대원은 12일 “사고 현장에 가보니 희미하게 기력을 되찾아 길바닥에 앉아 있는 남성 옆에 어린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고 말했다. 주변에선 “초등학생이 심폐소생술로 아저씨를 살렸다”고 웅성거렸다.

심폐소생술을 통해 시민을 살린 학생은 서울 수명초등학교 4학년 이수빈(10)양. 이양은 이날 오후 7시쯤 엄마와 장을 보기 위해 집을 나서던 길이었다. 아파트 단지를 막 지날 무렵 “도와달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한 쪽에서 사람들이 모여 발을 구르고 있었고 누군가가 “119신고를 해달라”고 소리쳤다. 어른들도 어쩔 줄 몰라 하던 그 때 이양은 불과 4시간 전 배운 심폐소생술 매뉴얼을 떠올렸다.

마침 이양은 이날 오후 강서소방서가 지난해 8월부터 운영 중인 ‘상설 CPR(심폐소생술) 체험장’을 방문해 심폐소생술을 배운 터였다. 안전교육기관이 아니라 상설로 심폐소생술만 교육하는 곳은 강서소방서가 유일하다. 지난 3월 서울시가 공모한 어린이기자단에 뽑힌 이양은 남을 위해 봉사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체험을 하기 위해 소방서를 찾았다. 이날 이양은 담당 소방관에게 1시간 가량 매뉴얼 교육을 받고 마네킹을 상대로 실습까지 마쳤다.

응급상황 당시 이양은 재빨리 남성을 흔들어 반응을 확인했지만 가느다란 숨소리만 간간히 들릴 뿐 의식은 좀체 돌아오지 않았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이양은 주변 사람에게 남성의 얼굴과 목을 곧게 펴 기도를 확보해 달라고 부탁한 뒤 흉부압박을 실시했다. 그렇게 이 당찬 소녀가 1,2분 동안 30여회의 흉부압박을 계속하자 남성은 ‘푸’하는 큰 숨소리와 함께 의식을 되찾았다. 단 3분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보통 심장이 멎어 4분 이상 뇌에 혈액 공급이 중단될 경우 뇌손상이 시작되고, 10분 이상 중단되면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 이양의 차분한 응급조치가 남성의 목숨을 구한 셈이었다.

이양은 구급대에 인계된 남성이 인근 대학병원으로 후송되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엄마 품에 안겨 펑펑 울었다. 이양은 “구급차가 떠나는 걸 보니 아찔했던 당시 상황이 떠올라 울음이 터졌다”며 “겁도 났지만 배운 대로 돕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고 설명했다.

고혈압 증세가 있던 이 남성은 곧장 응급실로 이송돼 하루 정도 치료를 받은 뒤 무사히 퇴원했다. 남성의 가족은 “어린 학생이 사람을 살리겠다는 생각으로 도와준 것에 깊이 감사한다”고 전했다. 나중에 커서 구호단체나 비정부기구(NGO)에서 일하고 싶다는 이양은 “심폐소생술은 내 친구와 이웃을 도울 수 있는 일인 거 같다”며 “친구들도 함께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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