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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 제품’ 일타쌍피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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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 제품’ 일타쌍피의 경제학

입력
2016.12.0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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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가성비 높은 상품 선호

1인가구에 다양한 선택의 기회

현대인의 결정장애 영향도

아메리카노와 카페라테를 반반씩 담은 '아멜라테'. 커피집 제공
아메리카노와 카페라테를 반반씩 담은 '아멜라테'. 커피집 제공

서울 중구 다산동에서 커피전문점 ‘커피집’(coffeezip)을 운영하고 있는 백용호(41) 대표는 지난 7월 커피 용기를 반으로 나눠 아메리카노(390㎖ㆍ3,000원)와 카페라테(390㎖ㆍ3,500원)를 반씩 담은 ‘아멜라테’(600㎖ㆍ4,500원)를 내놓았다. 평소 손님들이 아메리카노와 카페라테 두 메뉴 사이에서 어떤 걸 주문할 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출시한 상품이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급속히 퍼지며 인근 회사원들은 물론 지방에서도 손님이 찾아왔다. 백 대표는 “손님 3명 중 1명이 아멜라테를 찾을 만큼 인기를 얻으면서 음료 판매가 50% 이상 늘어났다”고 말했다.

짬짜면(짬뽕+짜장면), 반반치킨(양념치킨+후라이드치킨)처럼 두 가지 상품을 조합해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상품이 확산되고 있다. 티 음료 전문점 공차코리아는 지난 9월 현대백화점에 입점한 매장 13곳에서 밀크티 제품 6종 가운데 2종을 선택할 수 ‘반반 밀크티’를 선보였다. 생과일주스 판매전문점 ‘쥬씨’도 지난달 28일 손님들이 ‘주스+주스’, ‘커피+커피’, ‘주스+커피’ 등 쥬씨의 모든 음료 중 2가지를 선택할 수 있는 ‘반반음료’를 선보였다. 외식전문기업 놀부가 운영하는 ‘놀부부대찌개&철판구이’도 10월 한 냄비에서 두 가지 맛을 즐길 수 있는 ‘반반 부대찌개’를 출시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편의점이 판매하고 있는 '반반김밥'. BGF리테일 제공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편의점이 판매하고 있는 '반반김밥'. BGF리테일 제공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도 지난 4월 김밥 한 줄에 매콤한 닭볶음과 달콤한 간장 닭조림이 반반씩 들어간 ‘맵닭달닭반반김밥’을 출시한 데 이어 9월 ‘숯불고기매콤고기김밥’을 내놓으며 반반김밥 제품군을 확대했다.

하나의 립스틱을 반으로 나눠 진한 색과 이에 어울리는 연한 색을 담은 아모레퍼시픽 라네즈의 ‘투톤립바’, 모공 속 노폐물과 피지를 제거하는 모공팩과 수분을 보충해주는 수분팩을 섞은 화장품브랜드 ‘그램’의 ‘반반팩’ 등도 인기상품이다.

화장품·스킨케어브랜드 '그램'이 모공팩과 수분팩을 조합해 출시한 반반팩. 그램 제공
화장품·스킨케어브랜드 '그램'이 모공팩과 수분팩을 조합해 출시한 반반팩. 그램 제공

반반제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우선 반반제품은 동시에 두 가지 제품을 소비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만족감과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 박상아 BGF리테일 간편식품팀 상품기획자(MD)는 “경제 불황이 지속되자 가성비 높은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 경향이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최근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사회적인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3,4인 가구는 외식을 하면 인원 수대로 먹고 싶은 3,4가지 음식을 시켜 나눠 먹을 수 있지만 1인 가구는 여러 가지 음식을 먹고 싶어도 하나만 선택할 수 밖에 없다. 1인 가구는 1990년 102만 가구에서 지난해 520만 가구로 늘었다. 김민정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혼밥족, 혼술족은 상대적으로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없다”며 “반반제품은 이런 1인 가구에게 다양한 맛을 소비할 수 있도록 선택의 기회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홍수처럼 쏟아지는 상품에 섣불리 결정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결정장애’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사회 속에서 현대 소비자들은 선택을 잘해야 한다는 압박과 부담감에 오히려 선택을 못하는 ‘결정장애’에 시달리고 있다”며 “너무 많은 정보와 기회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소비자들에게 반반제품은 부담감과 실패 확률을 줄여준다”고 밝혔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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