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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실수' 샤오미·화웨이 공습, 국내제품 궁지로…

입력
2016.01.05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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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샤오미의 건강 체크 기능이 있는 미밴드
그림 1 샤오미의 건강 체크 기능이 있는 미밴드

온라인 쇼핑몰인 11번가는 지난해 중국업체인 샤오미 덕을 톡톡히 봤다. 휴대폰 보조배터리부터 이어폰은 물론 착용형(웨어러블) 스마트밴드, 공기청정기까지 샤오미 제품들은 내놓는 족족 완전 매진됐다.

덕분에 지난해 11번가는 샤오미 제품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971% 늘어난 15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1번가에서 팔린 단일 브랜드 최고 기록이다. 11번가는 이 같은 상승세에 힘입어 올해 샤오미 매출 목표를 40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뿐만 아니라 11번가는 지난해 11월 샤오미와 전략적제휴까지 맺고 샤오미가 국내 진출할 경우 긴밀하게 협조하기로 했다. 11번가의 서혜림 매니저는 “샤오미 제품은 가격이 저렴하면서 품질이 뛰어나고 디자인까지 깔끔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며 “샤오미 제품이 ‘값 싼 중국산’ 이미지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고 말했다.

샤오미로 시작된 중국산 제품의 국내 시장 공습이 날로 확대되면서 국산 제품들이 텃밭에서 마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기술격차를 급격하게 줄이고 있는 정보기술(IT) 및 전자업계에서 두드러진다.

그림 2 샤오미의 보조배터리
그림 2 샤오미의 보조배터리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샤오미다. 샤오미의 국내 공략 방법은 우리 기업들이 눈여겨 볼 만 하다.

샤오미는 지금까지 광고 한번 없이 국내에 선보인 IT 주변기기들을 히트상품 반열에 올리는 저력을 보여 줬다. 우선 판매 방법부터 독특했다. 모든 제품을 오프라인 매장이 아닌 인터넷 쇼핑몰 위주로 판매하면서 매장 유지 비용과 유통 이윤을 줄여 소비자들의 구입 가격을 낮췄다. 그 바람에 샤오미는 비슷한 국내 제품들보다 30, 40% 저렴하게 판매했다.

여기에 ‘한정판’ 전략으로 소량 생산하며 재고 부담도 낮췄다. 11번가 관계자는 “왠지한정판이라면 구하기 힘들 것 같은 인상을 주기 때문에 제품이 인터넷에 올라오면 바로 팔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누리꾼들의 입소문이 더해졌다. 19만명 회원을 갖고 있는 샤오미 인터넷카페에 중국 상하이(上海) 매장 방문기부터 각종 신제품 후기 등이 속속 올라오며 샤오미 인기를 부채질했다.

샤오미는 올해 규모를 늘려 TV와 전기자전거 등 덩치 큰 제품들까지 국내 출시할 계획이다. 샤오미의 국내 공식 수입사인 코마트레이드의 정진호 부장은 “TV가 국립전파연구원의 적합성 평가를 기다리고 있고 전기자전거도 준비를 계획하고 있다”며 “상반기 안에 판매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림 3롯데하이마트 강남 대치점을 찾은 소비자가 매장에 진열된 중국 TCL TV를 살펴 보고 있다. 롯데하이마트 제공
그림 3롯데하이마트 강남 대치점을 찾은 소비자가 매장에 진열된 중국 TCL TV를 살펴 보고 있다. 롯데하이마트 제공

세계 3위 TV업체인 중국 TCL은 지난달 22일부터 롯데하이마트와 단독 국내 총판 계약을 맺고 테두리 두께가 1.5㎝에 불과한 32ㆍ40ㆍ50인치 발광다이오드(LED) TV를 국내에 내놓았다. 이 제품들은 가격이 29만~72만9,000원으로 저렴해 롯데하이마트의 전국 440개 매장에서 무섭게 팔려 나가고 있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32인치와 40인치를 합친 TCL TV 3,000대가 연초 연휴 기간에 모두 팔려나갔고 50인치 물량도 곧 매진 될 것”이라며 “국내업체 제품과 비교했을 때 가격이 20~30% 저렴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조명이나 도자기도 중국산 바람이 무섭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4년 중국 LED 조명 완제품 수입액은 1억9,996만달러로 2010년 대비 195% 증가했다. 서울 청계천 방산시장에서 23년째 가정용 조명을 제조, 판매해 온 최은숙 봉조명 대표는 “이윤을 줄여 가격을 낮춰도 우리 제품 가격의 30~50% 수준인 중국산을 이기기 힘들다”며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부터 4년간 상승했던 매출액도 중국산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들어온 2012년부터 떨어져서 지금은 2008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고 말했다.

식기류를 제조, 판매하는 국내 생활자기업계도 중국산 공습의 피해를 비껴가지 못했다. 값 싼 중국산 도자기 때문에 고전하던 한국도자기는 지난해 7월 처음으로 충북 청주 공장 의 가동을 중단했다. 마찬가지 이유로 행남자기는 회사가 통째로 인터넷방송업체에 최근 매각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0인 이상 생활자기 생산업체는 2005년 210개에서 2013년 52개로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국내업체들의 생산액도 1,838억원에서 1,753억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중국산 도자기 수입은 2010년 4,607만 달러에서 2014년 7,872만 달러로 70%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산의 국내 시장 잠식은 가격 경쟁력과 더불어 꾸준하게 이어진 품질 개선이 뒷받침 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연구ㆍ개발(R&D)에 투자해 각종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켰다”며 “우리 정부도 직접적인 투자가 어렵더라도 각 산업에서 품질 개선이 이뤄질 수 있는 제도적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이라고 조언했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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