玄도 김성회에 지역구 변경 압박
“나와 약속은 대통령과 약속” 언급
친박 중진들, 의혹에 입 닫아
일부 친박 강경파선 ‘음모론’도

당청의 친박 실세 3인방이 4ㆍ13 총선 막후에서 전횡을 휘둘렀다는 의혹에 새누리당 친박계는 초상집 같은 분위기였다. 중진들 입에선 “레임덕이 왔나 보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일부 강경파는 ‘음모론’을 제기하며 부글부글 끓었지만, “터질 게 터졌다”는 게 여권의 중론이다.
이번 파장이 심상찮은 건 연루된 인사들이 모두 친박의 핵심이라는 점 때문이다. 전날 최경환ㆍ윤상현 의원에 이어 19일엔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개입 의혹까지 터졌다. 지난달 사임한 현 전 수석은 정무수석 재임 내내 우병우 민정수석과 함께 실세로 통한 ‘원조 친박’이다. 현 전 수석은 최ㆍ윤 의원과 마찬가지로 친박계 맏형격인 서청원 의원의 지역구(경기 화성갑)에 출사표를 던진 김성회 전 의원에게 전화해 지역구 변경을 압박했다. TV조선에 따르면, 당시 그는 김 전 의원에게 “판단 제대로 하라”는 협박조의 표현을 섞어가며 거듭 “오늘 바로 (서 의원에게) 전화를 해 서 의원이 가는 지역구엔 안 가겠다고 말하라”고 요구했다. 현 전 수석은 과거 김 전 의원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상기시킨 뒤 “저하고 약속한 건 대통령한테 약속한 것과 똑같은 것 아니냐”며 박근혜 대통령도 언급했다. 그는 김 전 의원이 ‘정말 대통령의 뜻이라면 따르겠다’고 하자 “따르라”고도 했다.
이와 관련 현 전 수석은 “이전에 김 전 의원이 서 의원의 지역구로는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이 약속을 지켜 옮기는 게 옳다는 취지로 말을 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전 의원은 화성갑에서 18대 의원을 지내고 19대 공천에서 떨어진 뒤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에 임명됐다가 지난해 말 총선 출마를 위해 사직했다. 올해 총선에선 이들 3인방의 전화를 받은 뒤 지역구를 화성병으로 옮겨 공천 신청을 했으나 경선에서 떨어졌다.
언론에 공개된 녹취파일에서 “대통령의 뜻”까지 거론된 이들의 회유와 압박 정황이 드러나자 친박계 중진들은 입을 닫았다. 영남권의 한 의원은 “우병우 민정수석의 부당 거래 의혹에 이어 당에서는 친박계 의원들의 사건까지 터졌다”며 “돌아가는 걸 보니 레임덕이 시작된 것 같다”고 힘없이 말했다. 또 다른 핵심 인사 역시 “시절이 하수상하니 맞고 있는 수밖에 더 있겠느냐”고 씁쓸해했다.
의혹에 휩싸인 윤 의원은 전날에 이어 두문불출했고, 앞서 측근을 통해 간단한 해명을 내놨던 최 의원 역시 이날 오전 의원총회와 국회 본회의장에 나오지 않았다. 최 의원실 관계자는 “서울에 계시긴 한다”고 전했다. 친박 실세 의원들의 막후 조정으로 수혜를 입은 모양새가 된 서청원 의원도 이날 오전 장고 끝에 8ㆍ9 전당대회 불출마 입장문을 냈지만 언론 접촉은 피했다.
숨 죽인 중진과 달리 일부 강경파 재선 의원은 김 전 의원의 폭로를 격하게 성토했다. 서 의원의 측근인 이우현 의원은 “(녹취록 공개는) 남자의 세계에서 인간 쓰레기 같은 행동”이라며 “능력이 안 되는 사람이 자꾸 (선거에) 나가려 하니까 최 의원이나 윤 의원이 나서서 그런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박계 물밑에선 ‘공작정치설’도 흘리고 있다. “전대를 앞두고 서 의원을 주저 앉히기 위한 비박계의 공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이번 의혹이 단발성으로 끝나리라고 보지 않는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의혹으로만 돌았던 ‘보이지 않는 손 개입설’이 드러난 것”이라며 “현재 권력이 막강할 때는 막을 수 있었던 전횡의 실체가 터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번성과 소멸을 반복한 주류 계파의 전례에 비춰볼 때 친박계 역시 소수 핵심그룹 일부를 남기고 빠르게 비박계 혹은 중도 성향으로 돌아서면 여권의 중심 축 이동도 가속화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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