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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텅빈 ‘규제샌드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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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텅빈 ‘규제샌드박스’

입력
2018.01.24 16:37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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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융합 등 4대 법안 준비 안 돼

문재인표 규제 철폐 7개월째 공전

지역특구법은 지자체들과 갈등

신산업 성장 골든타임만 지나가

문재인(가운데)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규제 혁신 토론회 '규제혁신, 내 삶을 바꾸는 힘'을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가운데)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규제 혁신 토론회 '규제혁신, 내 삶을 바꾸는 힘'을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가운데)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규제 혁신 토론회 '규제혁신, 내 삶을 바꾸는 힘'을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가운데)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규제 혁신 토론회 '규제혁신, 내 삶을 바꾸는 힘'을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권의 ‘규제프리존’(지역전략산업에 맞춘 규제 철폐)을 대체할 개념으로 ‘규제샌드박스’(신사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 모래 놀이터처럼 마음껏 놀도록 하자는 것)를 들고 나왔지만 6개월이 지나도록 이를 구체화할 내용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이 사이에 신속한 규제 철폐가 생명인 신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지나가고 있다. 더구나 규제샌드박스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국회 법안 처리가 필수적이지만 관련 ‘4대 법안’ 중 3개 법안은 발의조차 안 된 상태다. 정부가 구호부터 만든 뒤 뒤늦게 콘텐츠를 채워 넣으려는 ‘본말전도’의 우를 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4일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규제샌드박스 도입을 위한 4개 법률 제정ㆍ개정안을 마련해 다음달 국회에서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혁신토론회를 통해 발표된 규제샌드박스 입법화의 구체적 시점을 명시한 셈이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규제샌드박스 도입을 위한 법안이 조속히 통과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각 부처 장관과 여당 관계자들에게 당부했다.

규제샌드박스 4대 법안은 ▦정보통신융합특별법(ICT 융합 분야) ▦금융혁신지원특별법(핀테크 분야) ▦산업융합촉진법(산업융합분야) ▦지역특구법(지역형 규제샌드박스)을 가리킨다. 특정 지역과 연계된 산업에 한정해 규제를 철폐하는 ‘박근혜표’ 규제프리존법을 4개 패키지법으로 대체해 ‘문재인표’ 혁신성장법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게 골자다. 방기선 기재부 정책조정국장은 “규제프리존법이 지역전략산업 위주의 규제 완화라면 규제샌드박스는 기업체가 신기술을 활용하는 시범 사업 등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에 방점이 찍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마음껏 놀도록 규제를 없애고 자유를 보장한다’는 규제샌드박스의 개념만 정립돼있을 뿐 그 샌드박스 안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는 지는 전혀 결정된 게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법안 준비는 여전히 미흡하다. 4대 법안 중 ICT 융합 개정안(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을 제외한 나머지 3개 법안은 발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규제 샌드박스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게 지난해 7월인데, 아직도 ‘규제프리존법을 4개 법안으로 분산시킨다’는 틀만 제시됐을 뿐 구체적 진전이 없었던 셈이다.

특히 4개 법안 중 지역특구법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당정은 시ㆍ군ㆍ구 등 기초자치단체 중심으로 특구를 지정하는 지역특구법에 시ㆍ도 등 광역자치단체 중심의 특구를 지정하는 규제프리존법을 합치는 식으로 ‘제3의 법’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규제프리존법에 담겼던 27개 지역전략산업과 연계된 67개 법안 관련 특례 조항은 대폭 삭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규제프리존법에 맞춰 먹거리 산업 육성을 추진해온 지자체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결국 지역별 ‘특기’를 다시 짜야 하는데,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이라 표심을 의식한 여야가 특정 지역의 특정 산업을 ‘주고받기’ 식으로 나눠먹기 흥정으로 흐를 공산이 크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규제 철폐는 무엇보다 신속성이 중요한데 선거와 지역 이해관계 등 정무적 영향에 휘말리다 보면 결국 실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역특구법 내용이 기존 규제프리존법보다 부실할 경우 규제프리존법안 통과를 추진해 온 야당의 반대도 예상된다. 실제로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 규제프리존법을 찬성해온 국민의당은 ‘2월 국회 쟁점 법안’에 규제프리존법을 포함시켰다. 자유한국당도 전 정부의 대표적 경제살리기 법안인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 통과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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