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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뉘 드부' 물결… 제2의 68혁명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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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뉘 드부' 물결… 제2의 68혁명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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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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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프랑스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열린 '뉘 드부'(밤샘)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광장 바닥에 둘러앉아 정치적인 주제를 놓고 토론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21일 프랑스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열린 '뉘 드부'(밤샘)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광장 바닥에 둘러앉아 정치적인 주제를 놓고 토론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상상력에 권력을.” 1968년 모든 구제도를 비판하고 나선 젊은 프랑스인들의 운동 ‘68혁명’의 구호가 48년만에 프랑스 파리에서 부활했다. 젊은이들은 무능한 기성 정치와 일방적인 세계화 흐름을 비판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21일 미 국영방송 ‘미국의 소리’가 소개한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의 새로운 68혁명은 일단 다양했다. 어떤 집회 현장에서는 한 여성이 눈물을 흘리며 콩고민주공화국의 민주주의 부재 상황을 알렸고 사람들은 동의의 의미로 손을 흔들었다. 유목민인 베르베르족 출신 알제리인들은 고향 카빌리아의 음악을 들으며 평화를 기원했다.

혁명은 레퓌블리크를 넘어서고 있었다. 프랑스내 60여 개 지역 광장에서 벌어지는 집회와 문화행사를 현지에서는 ‘뉘 드부’(Nuit Deboutㆍ밤샘)라 부른다. 원래 이 시위는 3월 31일 프랑스 정부의 친기업적인 노동법 개정안, 이른바 ‘엘 콤리(프랑스 노동부장관)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레퓌블리크 광장을 점거하면서 시작됐으나, 점거 4주째로 접어든 지금은 더 이상 노동법 문제에 한정하지 않고 프랑스를 둘러싼 다양한 문제에 관해 토론하고 주장하는 ‘민주주의의 장’이 됐다.

뉘 드부에는 지도부가 없고 정해진 주제도 없다. 매일 오후 6시에 열리는 ‘총회’에서 참여자들은 손을 흔들어 찬성을, 두 팔로 ‘X’자를 그려 반대를 표시한다. 2011년 열렸던 스페인의 ‘분노한 사람들’ 시위에서 유래한 방식이다. 브뤼노 코트헤 파리정치대학 교수는 미국의 소리에 “뉘 드부는 프랑스에 없었던 새로운 민주주의와 진보 정치의 의미를 모색하는 실험”이라 설명했다. 정체성이 없다는 점 때문에 비판적인 지적도 나온다.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는 풍자만화를 통해 시위대를 모이기는 했으나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펭귄 떼로 묘사했다.

20일 프랑스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열린 '뉘 드부'(밤샘) 집회에 참여한 클래식 연주자들이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20일 프랑스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열린 '뉘 드부'(밤샘) 집회에 참여한 클래식 연주자들이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하지만 뉘 드부 참가자들은 다양한 논의가 오가는 광장의 모임이 ‘진정한 민주주의의 현장’이라며 프랑수아 올랑드 정권의 정치가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0%에 이르는 높은 실업률과 장기 불황, 파리 테러 이후 형성된 안보정국, 소득분배 불평등과 주거지 부족 등으로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인 프랑스인들이 노동법 개정 문제를 계기로 일제히 폭발해 광장에 나선 후 사회 문제를 토론장 위로 끌어올린 것이다.

뉘 드부의 메시지가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면서 국경 밖에서까지 호응 집회가 열리고 있다. 모바일 방송 어플리케이션 페리스코프를 통해 시위 현장을 접한 그리스 네덜란드 독일 벨기에 스페인 영국 등지의 네티즌들이 뉘 드부에 호응하는 시위를 열었거나 준비 중이다. 5월 15일은 ‘글로벌 드부’(Global Debout)라는 동시집회가 열리는 날로 정했다. 프랑스 대안언론 ‘뤼89’의 피에르 아스키 대표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 기고문에서 “1968년 혁명이 TV를 통해 세계에 알려졌듯 뉘 드부도 페리스코프로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7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올랑드 대통령은 낮은 지지율 때문에 시위대의 눈치를 보고 있지만 그렇다고 노동법 개정안을 포기하지도 않고 있다. 14일 공영방송 프랑스 2에 출연한 올랑드 대통령은 “나도 젊을 때 세상의 불평등과 부정의를 지적하는 집회에 참가했었다”며 뉘 드부의 정치적 정당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새 노동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겠다고 밝혀 뉘 드부 참가자들을 격앙시켰고 일부 시위대가 엘리제궁까지 행진하기도 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20일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열린 '뉘 드부'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이 한 연설자를 바라보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20일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열린 '뉘 드부'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이 한 연설자를 바라보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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