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퇴임식에서 “(탄핵심판 사건을) 조속히 결론 내려야 한다는 점은 모든 국민이 공감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탄핵심판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떠나는 아쉬움도 드러냈다.
박 소장은 31일 서울 재동 헌재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세계의 정치와 경제질서의 격변 속에서 대통령의 직무정지 상태가 벌써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제 남은 분들에게 어려운 책무를 부득이 넘기고 떠나게 돼 마음이 매우 무겁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 재판관들에게 “각고의 노력을 다해 사건의 실체와 헌법ㆍ법률 위배 여부를 엄격하게 심사함으로써 헌법재판소가 최종적인 헌법수호자 역할을 다해달라”고 부탁했다.
박 소장은 지난 25일 열린 제9차 탄핵심판 변론기일에서도 “심판절차가 지연되면 심판 정족수를 가까스로 충족하는 7명만으로 심리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헌법재판소 구성에 더 이상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늦어도 3월 13일까지는 이 사건의 최종 결정이 선고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헌재 소장 권한대행을 맡게 된 이정미 재판관 퇴임일(3월13일) 이전에 탄핵심판 결정이 나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는 헌법 개정의 필요성과 방향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박 소장은 “우리 헌법질서에 극단적 대립을 초래하는 제도적ㆍ구조적 문제가 있다면, 지혜를 모아 빠른 시일 내에 개선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이어 “헌법 개정은 결코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인간 존엄과 국민 행복, 국가 안녕을 더욱 보장하고 실현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퇴임식에는 김용준(79) 헌법재판소 2대 소장과 윤영철(80) 3대 소장, 이강국(72) 4대 소장 등 전직 소장과 헌법재판관을 지낸 이시윤(82) 전 감사원장, 송상현(76) 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 권오곤(64) 전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 부소장 등 법조계 원로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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