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레고에 텀블러, 당구채까지.. 재미로 모았는데 용돈벌이 쏠쏠

알림

레고에 텀블러, 당구채까지.. 재미로 모았는데 용돈벌이 쏠쏠

입력
2016.02.04 04:40
0 0

한정판, 단종품 등 온갖 취미용품

중고가격 오를 때 기다렸다 판매

인기제품 예상하는 안목이 관건

5만원짜리 레고 20만원에 팔기도

“관심사 즐기며 기름값 챙겨

투자금 회수시간도 짧은 편”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피규어를 수집했다 되파는 직장인 김상훈(가명)씨가 지난달 일본에서 구입해 온 피규어 상자. 김상훈씨 제공.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피규어를 수집했다 되파는 직장인 김상훈(가명)씨가 지난달 일본에서 구입해 온 피규어 상자. 김상훈씨 제공.

월급을 꼬박꼬박 저축해도 은행 금리는 대개 연 1%대. 수익률 높다는 펀드나 주식에 투자하려니 종자돈도 없고 상대적 위험이 걱정이다. 2030 청춘들은 돈을 급격하게 불리는 재테크 대신 자신들이 수집한 물건들을 내다팔며 현금을 손에 쥐는 방법을 택했다. 희소성 높은 한정판 완구류 가격이 오를 것을 기다렸다 수익을 얻는 ‘레고 재테크’부터, 커피전문점에서 한정판으로 내놓는 텀블러나 다이어리를 확보한 뒤 되팔아 돈을 남기는 ‘스벅테크’까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것들을 재테크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취미가 자연스레 재테크로

10년 전부터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피규어(관절이 움직이는 모형 장난감) 수집을 취미로 하게 된 직장인 김상훈(27ㆍ가명)씨는 마음에 드는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지난달에도 일본을 찾았다. 일주일 동안 도쿄에서 유명 피규어 상점이나 잘 알려지지 않은 골목 안쪽 상점까지 직접 발품을 판 끝에 국내에선 30만원대인 피규어를 8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품에 안을 수 있었다. 김씨는 “보물찾기 하듯 뒤지다 보면 이렇게 좋은 피규어를 건질 수 있다”며 웃었다.

김씨가 비행기까지 타고 피규어를 구매하러 가는 까닭은 마음에 드는 물품을 직접 소장하겠다는 취미생활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피규어를 다른 사람에게 되팔아 재테크를 하기 위해 일종의 투자를 하는 중이다. 인기몰이가 예상되는 피규어나 구하기 힘든 피규어를 미리 소장하고 있다 가격이 높게 뛸 때 판매하는 식이다.

이를 위해 피규어가 출시되기 전 정가의 30% 정도로 살 수 있는 예약 구매도 한 달에 2~3차례 이용한다. 인기 피규어는 국내로 공식 수입되면 가격이 2배 이상 상승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김씨가 주로 구매하는 10만~12만원대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공식 수입 뒤 25만원까지 치솟은 적도 있다.

김씨는 취미로 모으던 피규어가 자연스럽게 재테크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시간이 지나니 처음 구입가보다 가격이 오르는 피규어 종류가 눈에 들어왔다. 또 더 낮은 가격에 구입하기 위해 해외 예약구매를 이용하다 보니 한국시장 가격보다 훨씬 싼 가격에 사는 법도 알게 됐다. 김씨는 “금융 쪽에는 크게 관심이 없지만 내가 투자한 금액보다 더 큰 금액을 회수하는 셈이니 재테크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면서 “10년째 취미로 수집하다 보니 어떤 것이 인기를 얻을지, 가격이 많이 오를지 알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신민호(32ㆍ가명)씨는 스포츠 용품 분야 재테크 전문가다. 당구 치는 걸 좋아하던 신씨가 80만원대에 이르는 전문가 입문용 큐대를 중고 사이트에서 구입한 게 계기였다. 인기 브랜드 큐대는 시간이 흘러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신씨는 중고 사이트에서 정가보다 30~50%가량 저렴한 가격에 큐대를 구입한 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시세 차익을 노려 큐대를 되팔고 있다. 김씨는 “건 당 7만~8만원 정도의 차익을 볼 수 있는데 이를 위해 카페에 새로 올라오는 글들을 계속 체크하면서 한 달에 두 세 건씩 팔았다”며 “담배나 주유비 정도 용돈벌이가 돼 쏠쏠하다”고 말했다.

신씨는 당구 큐대뿐만 아니라 희귀한 야구 글러브, 장인이 만든 글러브 등 야구 용품도 재테크가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스포츠용품 재테크의 좋은 점으로 “큰 목돈이 들지 않고 내 생활을 하면서도 노력한 만큼 돈을 불려줘 좋다”며 “무엇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다른 방법보다 바로 현금을 만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들처럼 취미로 수집하던 것들을 중고로 팔아 쏠쏠한 벌이가 된다는 걸 알게 된 이들은 점차 이색 재테크로 발을 넓히고 있다. 이들은 “품절이 굉장히 빨리 된 제품, 단종된 지 오래돼서 구하기 어려운 제품, 마니아층이 두터운 제품, 아직 박스를 개봉하지 않은 제품”을 노리는 것이 재테크 비법”이라고 설명했다.

●취미용품 사재기에 시장질서 흔들

대학생 박동현(24·가명)씨는 어릴 때부터 모으던 레고를 군 입대 전 팔아 레고 재테크 맛을 봤다. 2011년 첫 발매 됐을 때 8만원 정도 하던 특정 모델이 금방 단종되면서 2년 만에 가격이 26만원까지 뛰었던 것이다. 인기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도 5만원짜리가 20만원 중반대로 가격이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엔 레고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이런 제품들을 전문적으로 사 모은 뒤 되파는 전문 ‘리셀러(reseller)’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박씨는 “레고로 재테크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져 지금 팔면 제값도 받기 힘들다”며 “이전처럼 단종돼서 값이 오르는 게 아니라 리셀러들이 한꺼번에 매입해 버려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국내 마트에서 4,300원에 팔리는 피규어를 싹쓸이 해 간 뒤 중고 사이트에 1만~2만원 더 붙여 팔기 때문에 취미로 수집하던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식이다.

스포츠용품을 되파는 신씨 역시 취미용품 재테크가 선의의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필요를 목적으로 해서 사서 쓰다가 되파는 식이면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되팔 목적으로 사다 보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며 “같은 사이트에서 구입한 걸 되팔 때도 눈치가 보여 사진도 다 다르게 찍어 올리는 등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취미로 모은 물건이 중고시장에서 유통되는 건 이를 원하는 구매자가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오히려 소비자들이 이익 창출을 하는 신선한 유통질서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일부러 한정판만을 찾아 다니면서 순수한 구매 희망자들까지 피해를 보게 되는 상황은 막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