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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안철수의 ‘9회 말 투 아웃’

입력
2017.08.0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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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9회 말 투 아웃부터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형세가 절망적이라도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고 할 때 쓰는 말이다. 실제로 패색이 짙은 9회 말 투 아웃 상황에서 극적으로 승부를 뒤집는 예가 종종 있어 야구를 즐겁게 한다. ‘9회 말 투 아웃’이 좀 다르게 쓰일 때도 있다. 아웃카운트 하나면 게임 끝인데 다음 게임을 위해 뭘 아끼고말고 할 게 없는 상황이다. 다음이 무의미할 때는 이것저것 잴 것 없이 가용한 모든 자원을 쏟아 붓고 보는 게 맞다.

▦ 국민의당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3일 8ㆍ27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는 것을 보면서 언뜻 이 ‘9회 말 투 아웃’ 상황이 떠올랐다. “제 미래보다 당의 생존이 더 중요하다”는 출마의 변에서 지금 국민의당이 무너지면 내년 지방선거고 자신의 차기 대선출마고 간에 다 무의미한데 뭘 아끼고 기약하기 위해 물러나 있어야 하느냐는 심정이 묻어 나서다. 이는 자신의 출마를 반대하는 쪽의 논리, 즉 “지금 나섰다가 내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 국민의당도 끝나고, 안 전 대표의 차기 도전도 없다”는 주장에 대한 정면 반박이기도 하다.

▦ 국민의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길이 예전 같지 않고, 당 자체가 사라질 것 같다는 위기감이 엄습하고 있다는 안 전 대표의 진단은 맞다. 지난해 4월 총선 때 그가 “광야에서 죽어도 좋다”는 각오로 독자노선을 걸어 일궈낸 제3 정당이 국민의당이다. 그게 무너져 거대 양당 기득권 정치가 부활할 위기를 나 몰라라 할 수 없다는 충정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소속 의원 40명 가운데 30명 이상이 반대하고 주요 당권주자들이 강력히 반발하는 상황에서 그의 전대 출마 강행은 당의 분열과 쇠퇴를 앞당기는 악수가 될 수 있다.

▦ 지난 총선 때 국민의당 돌풍은 호남의 반문재인 정서와 기존 양당이 아닌 제3의 선택지를 갈구하는 중도 민심이 결합한 결과였다. 하지만 지금은 호남에서 문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99%에 이른다. 국민의당의 호남 지역 기반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뜻이다. 국민의당의 재건은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안 전 대표는 극중도주의, 즉 중도 강화를 내걸었지만 당내 세력구도상 쉽지 않아 보인다. 때이른 그의 복귀에 대한 일반국민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자칫 그의 조기등판 선언이 정계개편의 방아쇠로 그치고 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이계성 논설실장 wk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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